[7·30재보선 이후] 野 계파 ‘모두가 패자’… 자숙 후엔 백가쟁명 격랑 예고

입력 2014-08-01 03:45
새정치민주연합이 '7·30 참패' 이후 긴 악몽에 빠져드는 모습이다. 정치 현안마다 제각각 목소리를 내며 지도부와 각을 세우던 각 계파들은 침묵에 빠졌다. 재보선 참패를 불러온 1차 책임은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에게 있지만 486(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친노(친노무현계)도 책임이 적지 않아 비판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자숙 모드는 그리 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전당대회 논의가 본격화되면 백가쟁명식 당 혁신안과 함께 당권주자 간의 사활을 건 경쟁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안·김 공동대표의 31일 사퇴로 새정치연합 리더십 공백은 당분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게 됐지만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얼마나 지속될지 불투명하다. 조기 전당대회를 하더라도 지역위원장, 대의원 등 당 조직이 없는 상황인 데다 전대 룰 협상과 정기국회 등을 고려하면 아무리 빨라도 10월은 돼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경우 당초 내년 3월로 예정됐던 정기 전당대회와 시기적으로 큰 차이가 없다. 조기 전대를 할 별다른 실익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비대위 체제를 내년 3월까지 끌고 가기에는 당이 처한 위기 상황에 비해 '한가한 처방'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안·김 공동대표는 물러났지만 다른 계파들도 적극적으로 재보선 평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우선 486은 공천 파동에 직접적 책임이 있다. 486 의원 31명은 지난달 서울 동작을에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며 지도부를 흔들었다. 안철수 대표 측근인 금태섭 전 대변인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얼마 뒤 지도부가 기동민 전 후보에게 공천을 주자 486 내부에서 이해관계가 엇갈렸다. '허동준 공천'을 주장했던 의원 31명 가운데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계 등 일부는 기 전 후보가 공천되자 입장이 바뀌었다. 486이 중심이 된 동작을 공천 재고 촉구 성명에서 이름을 뺀 것이다. 이 중 일부 의원은 기 전 후보 출마 기자회견장을 지지 방문하기도 했다. 애초에 원칙 없이 친소관계에 따라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끼리끼리 운동권' 문화에 젖어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486 의원들은 또 정동영·천정배 전 의원 등 개혁적 중진에 대한 전략공천론이 나오자 '올드보이'론을 유포하며 노골적인 반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다 여성의원들은 또 상대 후보에 비해 경쟁력이 월등히 낮은 백혜련 후보 공천을 주장하기도 했다. 계파마다 제 목소리를 내면서 당 대표의 권한을 흔든 것이다.

당내 최대 계파인 친노(친노무현)계는 친노 후보들이 참패한 것이 뼈아픈 상황이다. 전남 순천·곡성에 출마한 서갑원 후보는 친노계 핵심인 문재인·이해찬 의원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새누리당 이정현 당선자에게 충격패를 당했다. 새정치연합의 심장부인 호남에서 친노계에 대한 비토 여론이 재확인된 것이다. 여기에다 또 다른 친노 인사인 충남 서산·태안의 조한기 후보도 완패했다.

이처럼 선거 참패에도 '모두가 패배자'라는 인식 때문인지 선거 이튿날에도 별다른 지도부 비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실제 정세균계 10여명은 이날 오전 긴급 조찬회동을 했으나 뚜렷한 결론을 내리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세균 상임고문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책임 있는 당의 일원으로서 부끄럽고 참회하는 심정"이라고만 했다. 추미애 의원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억장이 무너지고 죄송할 따름"이라며 "이 위기가 또 다른 분열이 아니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변화와 쇄신의 동력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지원 의원도 트위터에 "죄송하다. 유구무언"이라고 썼다.

각 계파는 일단 여론을 관망하다 전당대회 시점과 룰을 두고 조금씩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 대표는 2016년 총선 공천권 등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친노와 486, 안·김 공동대표 등 비노(비노무현) 진영이 물러설 수 없는 결전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내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 안철수' 빅 매치를 예상하는 전망도 있다.

여기에다 안·김 공동대표 취임 당시 불거졌던 이념·노선 투쟁도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당권 투쟁에다 '선명한 진보 야당' 대 '수권능력을 가진 중도 정당' 논쟁까지 벌어지면서 계파별 군웅할거가 벌어질 전망이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