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선 이후] 지나친 ‘승부의 정치’… 전략 과잉에 무너진 전략가

입력 2014-08-01 02:18
야당의 참패로 귀결된 7·30 재·보궐 선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공동대표의 존재감은 극히 미미했다. 최고의 전략가임을 자부했던 그는 ‘안철수 브랜드’라는 최고의 카드를 쥐고도 6·4지방선거에 이어 이번 재보선까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이번 재보선에서는 광주 광산을 권은희 후보 전략공천과 실질적인 ‘당 대 당 야권 단일화’를 승부수로 던졌지만 결과적으로 최대 자충수가 됐다.

18·19대 대선을 연거푸 패한 민주당은 지난해 5월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를 선택했다. 그는 당선 이후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높은 국민 지지와 독자세력화를 추진하던 안철수 당시 무소속 의원으로 인해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제1야당의 대표로서 매 순간 전략적 선택을 강요받으며 험로를 걸었다. 그 와중에 지난 3월 야권의 최대 잠재적 위협요소였던 안 의원을 공동대표로 영입하는 ‘깜짝쇼’를 선보이며 최고 전략가로서의 실력을 보여줬다. 정치적 상상력을 실현하는 전략가로서의 면모를 과시, 위기를 탈출한 것이다.

그러나 6·4지방선거를 시작으로 7·30재보선에서 야권의 반격을 실현하겠다는 그의 구상은 산산조각나 버렸다. 당내 제 세력의 화학적 통합 실패와 전략적 변곡점에서의 잇따른 판단 미스가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 전략공천 논란은 이번 권 후보까지 이어진 전략공천 부작용의 신호탄이었다. 지역정서를 외면한 승부수는 광주시민들로부터 “우리가 봉이냐”는 불만을 양산하면서 지지자 이탈을 부추겼다. 그리곤 전체 선거 판세에 악영향만 끼쳤다. 당시 선거 직전 정부의 기초연금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킨 선택도 결과적으로는 악재로 작용했다. 실리도 명분도 챙기지 못한 어중간한 시점에 정부·여당과 타협을 강행해 당 지지율은 더욱 부침을 겪었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과 지도부 사이도 골이 깊어지면서 공동대표 체제 리더십은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번 재보선에서 광주를 시작으로 서울 동작을, 수원에 이르기까지 예상을 뒤엎은 지도부의 ‘복심(腹心)’ 전략공천을 강행한 것도 오히려 독이 됐다. 당 안팎에서는 그의 지나친 ‘승부수 정치’가 화를 불렀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지도부의 선택에 불만이 터져나왔고, 뒤늦게 진행된 야권 후보 단일화마저 유권자들에게 꼼수로 비치면서 ‘무난한’ 선거구마저 험지로 바꿔버렸다는 분석이다. 공천 전체가 일관성이 없고 명분도 제각각인 중구난방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결과론적으로 김 대표의 ‘전략 과잉’이 ‘전략 부재’가 돼버린 셈이다.

공동대표 체제를 제대로 이끌지 못했다는 책임도 안 공동대표에게가 아니라 김 대표에게 돌아오고 있다. 안 대표가 초선이자 정치 신인이어서다. 두 차례 선거를 거치면서 ‘안철수’와 ‘새 정치’라는 자산만 몽땅 소진해버렸다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됐다.

정건희 기자 moderat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