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선 이후] 경제활성화·혁신 카드 전면 내세워 유권자 사로잡았다

입력 2014-08-01 00:47 수정 2014-08-01 03:55
7·30 재보선에서 승리한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앞서 김무성 대표로부터 꽃다발을 받은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철호(경기 김포) 김제식(충남 서산·태안) 이종배(충북 충주) 나경원(서울 동작을) 의원, 이완구 원내대표, 김용남 의원(경기 수원병), 김 대표, 정미경(수원을) 유의동(경기 평택을) 정용기(대전 대덕) 배덕광(부산 해운대·기장갑) 의원. 김태형 선임기자

7·30 재·보궐 선거는 새누리당에 ‘홀로 설 수 있다’는 값진 소득을 안겨줬다. ‘박근혜 마케팅’ 없이 승리한 첫 선거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정치적으로 독립하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자립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선거의 여왕’ 그늘에서 벗어나나=박 대통령의 저력은 2004년 3월 ‘천막당사’ 시절부터 발휘됐다. 당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은 노무현 당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역풍과 불법 대선자금 수사로 ‘차떼기당’의 오명을 떨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은 2004년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의 싹쓸이 예상을 깨고 개헌 저지선인 121석을 확보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 뒤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은 박근혜 마케팅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러 승리를 챙겼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피습 직후 병상에서 말한 것으로 알려진 “대전은요?” 한마디로 판세를 뒤엎었다. 2010년 18대 총선에서는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았다”는 말로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의 당선을 이끌어냈다.

박근혜 마케팅은 지난 6·4지방선거까지 주효했다. 세월호 참사로 민심이 등을 돌렸지만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 달라”고 호소해 무승부로 선방했다.

◇호재 많아 ‘박근혜 마케팅’ 필요성 못 느껴=새누리당은 이번 재보선에서 경제 활성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경제 활성화 역시 현 정부가 강력하게 드라이브 거는 경제정책이지만 ‘박근혜’라는 이름에서는 한발 떨어져 있는 게 사실이다. 새누리당은 경제 활성화 카드가 유권자들에게 경제 회복의 기대감을 심어주면서 박근혜 마케팅 이상의 효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또 새정치민주연합의 권은희 의원 공천 잡음과 야권의 후보 단일화 등을 집중 추궁한 것도 효과를 봤다. 야권 자충수에 대한 공세가 먹혀 들어갔기 때문에 굳이 박 대통령의 개인적 인기에 기댈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 체제 등장도 영향 미쳐=수평적인 당청 관계를 주창하는 김무성 대표 체제의 등장도 중요한 변수였다. 새누리당의 한 의원은 31일 “‘청와대에 할 말을 하겠다’고 강조한 김 대표가 예전 당 대표들처럼 박근혜 마케팅에 의존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새롭게 출범한 김 대표 체제에 대한 기대감이 이번 재보선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데 이견이 없다.

하지만 박근혜 마케팅을 안 쓴 것이 아니라 못 쓴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잇따른 인사 실패와 유병언 부실 수사 등 여권발 악재들이 많아 박근혜 마케팅으로 활용할 소재가 없었다는 것이다. 6·4지방선거가 끝난 지 두 달 만에 또다시 박근혜 마케팅을 들고 나오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도 있다.

◇김무성의 탕평인사, 모습 드러내나=김 대표는 지난 14일 새누리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보름 이상 당직 인사를 미뤄왔다. 7·30재보선에 전력하기 위해서였다.

당 대표가 임명할 수 있는 당직은 40여개에 달한다. 가장 관심을 끄는 자리는 사무총장, 두 명의 지명직 최고위원, 여의도연구원장, 대표비서실장 등 ‘빅 4’다. 이 중 대표비서실장에는 김 대표의 측근인 김학용 의원이 임명됐다.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에서 7·30재보선을 압승으로 이끈 윤상현 사무총장은 사의를 표명하며 김 대표에게 선택권을 줬다. 사무총장에는 원유철(4선) 김태환 유승민 장윤석 한선교(이상 3선) 의원 등이 거론된다. 여의도연구원장에는 4선 정병국 의원과 권오을 전 의원의 이름이 나온다. 호남발 선거혁명을 일으킨 이정현 의원이 호남 몫으로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기용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김성태 조해진(이상 재선) 의원과 초선 서용교 의원, 안형환 전 의원 등 김 대표 측근 인사들의 거취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