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세 이상 중고령층의 주택담보대출이 2년 새 20% 가까이 늘었다. 은퇴 후 자영업에 뛰어들면서 빚을 내는 경우가 많아서다. 1일부터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이 완화되면 중고령층의 주택담보대출이 더욱 늘어 대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4개 시중은행(국민·농협·신한·하나은행)에서 50세 이상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최근 2년 반 사이에 14조7000억원(19.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은행의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50대 이상의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9.6%에서 42.7%로 커졌다. 은퇴 연령이 되면 주택대출을 털어내는 게 정상인데, 이와 상반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대거 자영업에 나서면서 창업·운영자금을 주택담보대출로 마련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고연령층 자영업자일수록 대출 부실 위험이 큰데, 정부의 주택대출 규제 완화로 이들의 대출이 더욱 늘어나게 됐다는 점이다. 완화된 LTV와 DTI가 적용되는 데다 자산은 있지만 소득이 없는 은퇴자가 대출받을 때 적용되는 DTI 소득환산 기준 제한도 없어졌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영도 연구위원은 “50대 이상의 대출이 확대되면 자영업 자금 비중이 커서 가계부채의 질이 나빠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지난 6월 한 달 동안 3조1000억원이나 늘었다. 월간 증가액으로는 12개월 만에 최대치다. 부동산시장 규제 완화 기대감에 주택 구입 수요가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50세이상 주택대출 급증
입력 2014-08-01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