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號, 공공기관 개혁 숨 고르기

입력 2014-08-01 02:27

정부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을 계기로 공공기관 개혁의 속도조절에 들어갔다. ‘현오석표’ 개혁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속도전의 폐해를 인정하고, 노정 관계 복원 등 ‘참여’와 ‘소통’을 새로운 키워드로 제시한 것이다.

◇부채감축·경기활성화 ‘두 마리 토끼’ 잡겠다는 정부=최 부총리는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새 경제팀의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추진 방향과 공공기관 1차 중간평가 결과 및 후속조치를 확정했다. 그는 “참여하고 소통하는 정상화를 추진하겠다”면서 “공공기관의 부채감축 기조를 유지하되 경기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부채감축 계획 수립 이후 원화 강세에 따른 부채 자연 절감분 약 6조원 중 5조원을 경기 활성화를 위해 내년까지 투자에 활용하기로 했다. 부채 대비 공사채 총량을 제한하는 공사채 총량제는 오는 10월 2개월간 시범 실시한 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기로 했다. 정부는 16개 부채 중점관리 기관의 부채 대비 공사채 총량 비율을 60%로 설정하고 향후 5년간 1% 포인트씩 낮춰 2019년까지 55%로 떨어뜨리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 16개 기관의 공사채 비율은 59.8%다.

정부는 이와 함께 노사 간 단체협약이 타결된 17개 기관을 중간 평가해 한국거래소와 한국투자공사(KIC), 한국감정원 등 11개 기관을 방만 경영 중점관리 기관에서 해제했다.

◇공공기관들,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하나”=정부는 이날 보도자료에서 이례적으로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에 대해 제기되는 문제점을 조목조목 밝혔다. 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공공기관 사기 저하, 노정 간 대화 부족, 경기 대응능력 약화 문제는 지난해 12월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 시행 이후 노동계 등에서 꾸준히 제기해 왔던 사안들이다. 정부는 그동안 이에 대해 “개혁의 저해요소라며 대응할 필요성이 없다”고 일축해 왔다. 그러나 최 부총리 취임 이후 처음 열린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통해 정부는 그동안의 강경 일변 모드의 변화를 시사했다. 특히 최 부총리는 “노사정위원회 대화 채널을 활용해 노동계와의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노동계에 손을 내밀었다.

정부의 갑작스러운 기조 변화에 공공기관들은 또 다시 부채감축 계획을 수정할 처지에 놓였다. 18개 부채 중점관리 기관은 지난 4월 ‘2017년까지의 부채감축 예정액 중 올해 8월까지 25%를 조기 감축하면 중간평가에서 가점을 주겠다’는 정부의 수정된 방침에 올해 투자분을 내년으로 미루는 등 ‘아랫돌 빼어 윗돌 괴기’ 식 수정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몇 달도 지나지 않아 다시 ‘경기를 살리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라’는 정부 지시가 떨어진 것이다. 공공기관 관계자는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제는 다시 투자를 늘리지 않으면 기관장이 해임될 처지에 놓였다”고 꼬집었다.

세종=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