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덩샤오핑에 필적할 유산 남기려 해”

입력 2014-08-01 02:11
중국 역사상 유례없는 반부패 드라이브를 펼치고 있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근본적인 목표를 짐작할 수 있는 증언이 나왔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1일 시 주석이 속한 태자당(太子黨·중국 혁명 원로와 고위 지도자들의 자녀) 인사들을 인용해 “시 주석이 덩샤오핑(鄧小平)에 필적할 만한 유산을 남기려는 강한 열망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시 주석은 스스로 태자당이라는 강한 정체성을 갖고 있으며 부패와 관료주의가 만연한 공산당을 되살리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자 권한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SCMP는 전했다.

시 주석과 수십년 동안 알고 지내온 한 태자당 인사는 “시 주석은 전임자(후진타오)처럼 큰 변화 없이 쉽게 임기를 마칠 수 있지만 혁명 원로의 아들로서 강한 책임감 때문에 더 어려운 길을 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 주석의 아버지 시중쉰은 중국 8대 혁명 원로 중 한 명으로 덩샤오핑 시대에는 경제 개혁을 지휘했던 인물이다.

시 주석은 집권 20개월 동안 부성장급 이상 고위 관리 36명을 낙마시켰다. 이는 후진타오 전 주석의 집권 3년 동안보다 7명이나 많은 숫자다.

하지만 시 주석이 반부패 운동을 이용해 당내 경쟁 세력을 제거하고 자신의 사람을 심으려 한다는 비판도 있다. 다리 양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시진핑은 분명히 부패를 당과 국가의 심각한 위협으로 여기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시 주석은 집권 후 소리 없이 태자당에 속한 자신의 사람들을 핵심 요직에 앉히고 있다. 혁명 원로인 천겅의 아들로 태자당 핵심 멤버인 천즈수도 지난해 시 주석의 지시로 인민해방군 정보부의 부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SCMP는 전했다. 이에 대해 한 소식통은 “시 주석은 최근 자신이 근무했던 상하이와 저장성에 기율검사팀을 보냈다”면서 “이는 시 주석이 당의 규율을 위반하는 자는 친구라도 처리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