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대 자책골 덕본 與, 국민 뜻 깊이 새겨라

입력 2014-08-01 02:30
새누리당이 7·30재보선 완승으로 향후 정국운영의 주도권을 확실히 잡았다. 여당에게 절대 불리한 세월호 정국에서 첫 호남 지역구 의원을 배출하는 등의 예상 밖 승리로 국회 안정 과반의석 확보와 함께 갓 출범한 김무성 대표 체제 안착까지 덤으로 얻었다. 야당은 국민의 신임을 얻는 데 실패해 강경 노선을 더 이상 고수하기 어렵게 됐다.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여당에 이보다 더 좋은 정치 환경은 없었다.

지금 새누리당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자만과 오만이다. 이번 선거가 국민 전체의 민심을 오롯이 반영했다고 보긴 어렵다.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민심을 전체 국민의 뜻으로 해석해선 곤란하다. 재보선 평균 투표율이 30%대 초반에 그친 점을 소홀히 넘겨서는 안 된다. 투표소에 가지 않은 70% 가까운 유권자들 가운데 야당 지지자가 더 많을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하길 바란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새누리당이 잘해서 승리한 게 아니다. 독단적인 전략공천 등 야당의 자책골로 인한 어부지리 성격이 짙다. 김 대표는 31일 “새누리당은 이번 대승이 자력으로 이룬 게 아니란 걸 잘 깨달아야 한다. 유권자들이 정부·여당이 잘했다고 표를 준 게 아니라 지금까지 잘못한 것을 거울삼아 지금부터 잘하라고 표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진단이다. 야당이 못미덥고, 더 못해서 받은 선택일 뿐이다. 더욱 낮은 자세로 임해야 계속해서 국민의 신임과 선택을 받는다.

할 일이 많다. 세월호 참사 후속 대책을 하루 속히 마무리하고 경제 살리기에 올인해야 할 시점이다. 이 일을 하라고 국정운영 책임이 있는 여당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새누리당이 유권자의 이 같은 선택을 국회를 단독으로 운영해도 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정도로 우둔하다고 보지 않는다. 권력이 세졌다고 힘으로 밀어붙이면 더 큰 저항을 부르기 마련이다. 국회권력 독점의 유혹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한 자세로 야당을 대할 때 모든 일처리가 수월해진다.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할 줄도 알아야 수사권 문제 등으로 별다른 진전이 없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비롯한 숱한 난제에 숨통이 트인다. 어쩔 수 없을 때에도 표결을 피하라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야당과의 대화와 타협의 끈을 놓지 않는 여당의 큰 정치를 국민들은 바란다.

새누리당은 이번 선거에서 ‘박근혜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거듭된 인사 실패와 세월호 참사로 박 대통령 지지도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게 가장 큰 이유겠지만 청와대에 진 빚이 없다는 의미가 더 크다. 그런 만큼 대통령과 청와대를 향해 할 말은 꼭 하는 여당이 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민심과 동떨어진 ‘수첩인사’ 등을 다시 할 경우 “안 된다”고 할 수 있는 힘 있는 여당이 되어달라는 것이다. 그래야 국정의 중심이 잡힌다. 옛날처럼 청와대 거수기 역할이나 하는 여당을 보려고 유권자가 표를 준 게 아니다. 2016년 총선까지 큰 선거는 없다. 그렇다고 새누리당이 이번 선거에서 보인 ‘낮은 자세’를 망각하면 민심은 금세 돌아선다는 사실을 한시도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