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의회에서 ‘대(對)북한 정책 완전 실패’ 등의 이유로 호되게 추궁을 당했다. 데이비스 대표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이기도 하다.
데이비스 대표는 30일(현지시간) 하원 외교위원회 산하 동·아태소위원회가 미·북 간 제네바합의 20주년을 맞아 개최한 청문회에 로버트 킹 대북 인권특사와 함께 증인으로 출석했다.
스콧 페리(공화·펜실베이니아) 의원은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로 불리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정조준했다. 그는 “무엇보다 전략적 인내 정책의 기간(time frame)이 궁금하다”며 “도대체 얼마나 더 인내해야 한다는 의미인가. 평생을 기다려야 하느냐. 아니면 수백년 또는 수천년을 기다려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페리 의원은 이어 “당신(데이비스 대표)은 북한 정책에 진전이 있었다고 말하는데 ‘상당한 결과나 성과’가 대체 무엇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데이비스 대표는 “나는 한 번도 우리의 정책을 ‘전략적 인내’라고 묘사한 적이 없으며 그 같은 표현은 정확하지 않다”고 한 뒤 “그럼에도 ‘전략적 인내’는 마치 차에 붙어 있는 일종의 범퍼 스티커와 같아서 운전자의 시각이 달라지더라도 떼어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는 그냥 앉아서 커피만 마시는 게 아니라 북한이 비핵화의 길로 가도록 압박하기 위한 모든 것을 하고 있다”며 “특히 북한을 상대로 비핵화 메시지의 볼륨을 계속 높이고 있으며 제재를 통해 북한의 핵무기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자원들을 차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동아태소위 위원장인 스티브 쉐벗(공화·오하이오) 의원도 “지난 20년간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은 모두 실패했다”며 “‘전략적 인내’도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이전보다 조용해졌다’는 지난 20일 존 케리 국무장관의 발언을 겨냥, “최근 수년간은 북한이 가장 활발히 장거리 미사일 능력을 제고한 시기”라며 “나는 결코 최근 북한의 행동을 ‘조용하다’고 묘사할 수 없다고 본다”고 반박했다. 이어 “전략적 인내 정책은 산산조각 났다”고까지 했다.
데이비스 대표는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계속하지 않으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알고 있다”면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언제든 추가 제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
“美 대북 전략적 인내 정책은 산산조각 났다”
입력 2014-08-01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