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재보선 이후] 與 “자축 샴페인 터뜨릴 때 아니다” 자중론

입력 2014-08-01 02:18
청와대는 31일 새누리당이 압승한 재·보궐 선거 결과와 관련해 “경제를 반드시 살리고 국가 혁신을 이루라는 엄중한 명령으로 듣고 이를 위해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서 선택하신 뜻을 무겁고 소중하게 받들겠다”며 두 문장의 짤막한 입장을 냈다.

새누리당 내부에서는 선거 승리에 따른 지나친 축제 분위기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나왔다. 당 지도부부터 초선 의원까지 아직은 ‘자축 샴페인’을 터뜨릴 때가 아니라는 자중론을 두루 제기했다. 야당은 지도부 교체를 신호탄으로 혁신에 ‘올인’할 텐데, 여당이 기쁨에 도취된 채 혁신 경쟁에서 뒤처져선 안 된다는 게 우려의 본질이다.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면서 “우리 당은 이번 선거 대승을 자력으로 이룬 게 아니란 것을 잘 깨달아야 한다”며 “유권자들이 정부·여당이 잘했다고 표를 준 게 아니라 지금까지 잘못한 것을 거울삼아 지금부터 잘하라고 표를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보수 혁신, 새누리당 혁신, 국가 대혁신을 통해 더욱 안전하고 공정한 새 대한민국을 만들고 민생경제 살리기에 온몸을 던질 것을 다시 한번 약속한다”고 선언했다. 또 “선거 승리에 연연하지 않고 무엇보다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는 당내 혁신부터 하겠다”고 강조했다.

여당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의 공천 과정도 이전과 비교해서 크게 개선된 모습은 아니었다”며 “다만 야권의 공천 잡음, 후보 단일화 논란 등 상대적으로 더 부정적인 이슈들 때문에 상당 부분 여당의 ‘실축’이 묻힌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나치게 한쪽으로 쏠리는 정국의 무게중심이 오히려 여권에 독(毒)이 되지는 않을까 걱정도 든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초·재선 소장파 의원들로 구성된 가칭 ‘쇄신모임’은 회동을 갖고 재보선 이후 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도 “새누리당이 잘해서 선거에 이긴 게 아니라 새정치연합이 못해서 이긴 것”이라며 들뜬 분위기를 가라앉히고 당 혁신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공통적으로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모임에는 7·14전당대회를 앞두고 조해진 강석훈 하태경 의원이 주도해 만들었던 ‘쇄신전대추진모임’ 회원을 중심으로 2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만나 당내 혁신과 쇄신을 위한 소장파의 목소리를 모아 나가기로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