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정치연합 지도부 교체로만 끝날 일 아니다

입력 2014-08-01 02:22
새정치민주연합이 7·30재보선 참패로 초상집 분위기다.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패한 데 그치지 않고 안방격인 전남에서조차 새누리당에 의석을 내줌으로써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선거를 지휘했던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를 비롯한 지도부 전체가 사퇴하고 박영선 원내대표가 대표 직무대행을 맡았다. 수원 선거에서 떨어진 손학규 상임고문은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후폭풍이 거세다는 얘기다. 곧바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당을 추스른다는 계획이지만 앞길이 순탄해보이지 않는다.

새정치연합이 수권능력을 갖춘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구성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선거 패배에 대한 통절한 반성을 토대로 환골탈태해야 한다.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패하고, 분위기상 이길 수밖에 없는 6·4지방선거에서 무승부를 거둔데 대해 제대로 반성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와 똑같이 구태의연한 자세로 재보선에 임했으니 지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권은희 공천과 세월호 사고의 선거 이용이 여론의 지탄을 받았음에도 지도부는 오불관언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오만과 독선이라며 비판했던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았던 진보정당과의 연대를 또 다시 강행한 것은 전략부재 그 자체였다. 이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의 ‘새 정치’는 존재감을 잃었고, 결국 유권자들은 야당에게서 등을 돌리고 말았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당의 고질인 계파 갈등이 표면화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침묵을 지켜온 진보 성향의 친노·486·정세균계가 중도 성향인 안철수·김한길 세력을 공격하고 나설 경우 노선투쟁이 불가피하다. 지지 세력이 거의 없는 안 공동대표는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릴 가능성마저 있다. 그는 사퇴의 변으로 “평당원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으나 이미 대선주자로서의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당으로선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새정치연합의 재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재창당 수준의 개혁이다. 새누리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연거푸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박 대통령을 앞세운 개혁이 국민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개혁의 핵심은 ‘국민중심 정치’의 실천이어야 한다. 새정치연합은 선거 때마다 국민을 위한 정치를 다짐했으나 실제로는 정치를 위한 정치를 했다. 대통령이 이끄는 국정을 발목 잡는다는 인상을 줘서는 결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없다. 이와 관련한 근본적인 자세 전환이 요구된다. 그것이 바로 국민이 원하는 새 정치다. 대선이 3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당대회가 열리면 새롭고 참신한 인물이 전면에 등장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