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4대강 로봇물고기 애초부터 웃음거리더니

입력 2014-08-01 02:10
2009년 11월 이명박 대통령은 TV로 생중계된 ‘국민과의 대화’에서 로봇물고기 홍보 동영상을 보여주며 “4대강 수질오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로봇물고기를 풀어놓겠다”고 말했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반박하기 위한 것이었다. 로봇물고기 사업에는 2010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3년간 57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그런데 로봇물고기가 실제로는 강 근처에 가보지도 못한 고철덩어리임이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났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4개 연구기관은 로봇물고기를 개발했지만 9대의 시제품 중 7대는 감사원 감사 전에 이미 고장 나 있었다고 한다. 2대 중 1대도 테스트 도중 고장 났고 1대만 테스트를 했는데 헤엄치는 속도가 1초에 2.5m여야 하지만 실제는 10분의 1에도 못 미친 23㎝였다. 수중 통신속도나 통신거리도 사업계획서에 명시된 목표치의 10분의 1이 안 됐다.

로봇물고기 사업은 처음부터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많았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전 국민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밀어붙인 셈이니 면구스럽게 됐다. 로봇물고기가 커서 실제 물고기들이 도망간다고 하자 대통령은 물고기 크기를 줄이라고 지시하는 등 한바탕 쇼를 했으니 망신이 아닐 수 없다. 더 한심한 것은 생산기술연구원이 로봇 개발에 실패하고도 성공했다고 속인 것이다.

4대강 로봇물고기 사기극은 무리한 정책의 끝이 어떤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탁상행정으로 혈세를 낭비한 정부부처 책임자나 이 전 대통령에게 구상권이라도 행사해 물어내라고 하고 싶은 심정이다.

22조원이 투입된 4대강 사업은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수자원공사를 끌어들일 때는 수공의 수익사업으로 8조원 부채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하더니 이제 와서 국민 세금으로 원리금을 갚아주려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의 녹조 현상과 큰빗이끼벌레 창궐이 4대강 사업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정확한 진상조사를 벌여 대책을 강구하고 4대강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