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준동] 김정은의 ‘계급장 정치’

입력 2014-08-01 02:44
북한의 군 계급 제도는 1948년 2월 8일 인민군이 창설되면서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구소련의 영향을 받아 5등18급이었다. 53년 2월에는 공화국 원수와 차수 계급이 신설돼 김일성과 초대 총사령관 최용건에게 각각 수여했다. 92년에는 김일성의 80세 생일을 맞아 최고 칭호인 대원수가 만들어졌다. 그 후 98년 4월 개정을 거쳐 북한은 지금의 계급 제도(6등23급)를 확립하기에 이른다. 장성 계급만 보면 대원수를 정점으로 공화국 원수, 인민군 원수, 차수, 대장(한국군으로 치면 대장), 상장(중장), 중장(소장), 소장 (준장) 순으로 분류된다.

계급장 모양을 보면 작은 별 1개인 소장부터 별 4개의 대장까지 진급에 따라 한 개씩의 별이 추가된다. 차수부터는 왕별을 달게 된다. 차수는 왕별 안에 북한의 국가 휘장이 들어 있다. 인민군 원수는 왕별 위에 휘장만 그려져 있고, 공화국 원수는 왕별 주위를 반원 형태의 북한 나라꽃인 목단 문양이 둘러싸고 있다. 대원수는 별의 크기가 좀 더 크고 별 주위를 목단 문양이 둥글게 휘감고 있다. 현재 대원수는 2명뿐인데 김일성이 92년, 김정일은 사망 직후인 2011년에 각각 추대됐다. 김정은은 29세 때인 2012년 대원수 바로 밑인 공화국 원수 계급을 꿰찼다. 공식 등장한 2010년 대장 자리에 오른 뒤 2년 만에 차수와 인민군 원수를 건너뛰고 단숨에 두 번째로 높은 계급을 거머쥔 것이다.

군대의 별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북한에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인민무력부장(우리의 국방장관)을 역임한 장정남은 지난 29일 전승절 기념 공연에서 상장을 달고 군단장들과 나란히 앉아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대장이었던 장정남이 상장으로 강등된 것이다. 결국 장정남은 1년 사이에 중장→상장→대장→상장→대장→상장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다섯 번이나 계급장이 바뀐 셈이다. 장성택 숙청 후 실세로 등장했던 최룡해도 2012년 차수에서 대장으로 강등됐다가 이듬해 2월 다시 복권되기도 했다. 황병서는 지난 4월 대장으로 진급한 뒤 11일 만에 차수로 승진해 최룡해 후임으로 군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까지 올라 ‘신실세’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 모두가 군부를 장악하고 충성심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김정은의 ‘계급장 정치’인 것이다. 북한 사람들은 붙였다 떼였다하는 ‘롤러코스터 장성계급’이라고 비아냥거린다고 한다. 31세에 불과한 김정은의 ‘어린이 병정놀이’ 같은 군(軍) 사유화가 참 기막히다.

김준동 논설위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