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뉴스 중독의 시대 뉴스 사용 설명서

입력 2014-08-01 03:1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집무실 옆 대기실에서 스파이더맨 복장을 하고 백악관을 찾은 직원의 아들에게 인사를 건네는 순간, 아이가 거미줄을 발사하자 이에 걸린 듯 우스꽝스런 몸짓을 하고 있다. 알랭 브 보통은 신간 ‘뉴스의 시대’에서 매체를 통해 쏟아지는 작거나 큰 뉴스들이 종교의 지위를 넘볼 만큼 이제는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Pete Souza 문학동네 제공
우리는 매일 습관적으로 뉴스를 본다. 충격적인 내용이라면 더욱 눈길이 간다. 살인, 강간, 대참사, 유명인사의 연애담 등 현실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사건일수록 솔깃해진다.

한국인들에게 특히 사랑받는 프랑스 작가 알랭 드 보통(45·사진). ‘일상의 철학자’로 통하며 그간 사랑, 일, 예술, 여행 등을 통해 시대를 통찰하는 선견을 보여 왔던 그가 이번에는 가장 ‘핫’한 소재 뉴스를 택했다.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뉴스의 의미를 짚어보고 현대인이 왜 이리 뉴스에 집착하는지, 뉴스 생산과 소비가 어떤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지 분석해낸 결과물이 번역돼 나왔다. ‘뉴스의 시대-뉴스에 대해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문학동네)이다.

“우리는 태어나서 고작 18년 남짓 교실에 갇혀 보호받을 뿐, 나머지 l8년은 사실상 어떤 제도권 교육기관보다도 더 커다란 영향력을 무한정 행사하는 뉴스라는 독립체의 감독 아래에서 보낸다. 일단 공식적인 교육과정이 끝나면 뉴스가 선생님이다.”

보통은 “뉴스가 종교를 대체할 때 사회가 근대화될 것”이라는 독일 철학자 헤겔의 말을 인용하며 이제 뉴스가 과거 종교의 지위를 대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진단한다. 종교가 인간을 천천히 교화시키고 신앙심을 요구하는 것처럼 뉴스도 그렇다는 것인데, 뉴스와 잠시라도 멀어질 때 생기는 불안이 뉴스에 매달리게 만든다는 통찰은 흥미롭다. 그래서 미술관, 교육부, 소설가보다 뉴스제작본부가 한 나라와 그 국민들이 구성하고 있는 정치체를 움직이고 있다고 그는 단언한다.

보통은 뉴스를 ‘정치뉴스’와 ‘해외뉴스’ ‘경제뉴스’ ‘셀러브리티 뉴스’ ‘재난 뉴스’ ‘소비자 정보 뉴스’ 등으로 구분, 각각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며 비판적 읽기를 시도한다. 그에 의하면 정치뉴스는 권력자들뿐 아니라 공동체의 발전을 저지하는 모든 시스템 상 해악을 감시해야 한다. 해외뉴스는 보도의 중립성에 대한 집착보다 감각적이고 새로운 시각을 보여줘야 한다. 경제뉴스는 수치 아래 숨어있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야 한다.

뉴스 얘기를 한참 하던 저자는 뜻밖의 이야기를 꺼낸다. 정작 독자에게 하고 싶은 메시지는 자신의 내면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뉴스가 더 이상 우리에게 가르쳐줄 독창적이거나 중요한 무언가를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챌 때 삶은 풍요로워진다. (중략) 아직 우리에게는 할당된 짧은 시간 속에서 견지해야 할 자신만의 목적이 있음을 자각하면서 말이다.”

책 초반, 그가 제시하는 미래의 이상적인 뉴스는 인상적이다. “미래의 이상적인 언론기관에서는 사건들을 맥락화하고 대중화하는 야심찬 과업이 아주 진지하게 이루어져서, 복지수당에 대한 기사가 근친상간을 하고 인육을 먹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주민들에 대한 기사만큼이나 흥미진진해질 것이다.”

뉴스를 만드는 기자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통찰이 반가우면서도 따끔하다. 최민우 옮김.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