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지지 않는 꽃’ 피운 할머니들의 눈물… 앙굴렘 출품작 엮어

입력 2014-08-01 02:16
‘모래가 다 떨어지면 뒤집어서 다시 시작하는 모래시계 속에 꽃이 피었다. 짓밟혀도 쓰러지지 않고 지우려 해도 지워지지 않는 꽃으로….’

지난 1월 프랑스 앙굴렘국제만화페스티벌에 출품된 신명환 만화가의 작품 ‘지지 않는 꽃’에 대한 설명이다. 당시 동명의 제목으로 열린 한국의 만화 전시회는 호응이 뜨거웠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주제로 19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일본인들의 취소 탄원서로 무산될 뻔했던 전시회는 세계인의 공감을 사며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2만 여명의 관람객이 위안부로 강제 동원돼 치욕을 안고 평생을 살아야 했던 식민지 여성의 아픔에 공감했고 일본 측의 반성과 배상을 촉구했다.

‘지지 않는 꽃’ 전시작들이 3권의 책으로 엮여져 나왔다. 우선 ‘시선’에는 박재동, 이현세 등 한국의 대표 만화가 15명의 작품을 묶었다. 표현의 방법에는 각자의 개성이 묻어났지만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라는 작가들의 요구는 같았다. ‘도라지 꽃’(글 안수철·그림 강효수)은 제목부터 아프다. 당시 일본군위안부로 끌려간 우리나라 여자를 비유한 말이 도라지꽃이다. 책에는 두 개의 작품이 실려 있는데, ‘성전열차’는 열차를 타고 끌려가는 위안부들의 아픔과 고통을, ‘야마토 터미네이터’는 태아를 강제 낙태하는 고통과 일본군의 잔학성을 표현했다. ‘나비의 노래’(글 정기영·그림 김광성)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구술자료집을 토대로 그렸다.

작업에 참여한 신명환 작가는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전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