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 손학규 상임고문이 7·30 경기 수원병(팔달) 보궐 선거에서 충격패를 당했다. 2011년 4·27 분당을 보궐선거 승리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했으나 실패했다. 이번 패배로 차기 대권 행보에 큰 차질을 빚게 됐다. 66세라는 나이를 감안하면 그의 정치인생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애초부터 팔달은 야당의 불모지였다. 새누리당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내리 5선을 했고, 그 이전에는 남 지사의 아버지인 고(故) 남평우 전 의원이 재선을 한 곳이다. 손 고문 스스로도 선거 전날 “분당보다 어렵다. 여기가 정말 사지(死地)”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기도지사를 지낸 대선주자급 거물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어려워도 결국 승리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많았던 것도 사실이었다. 새누리당에서 ‘천당 아래 분당’이라고 불리던 분당을에서 승리하는 기적을 일으킨 일도 있었다.
하지만 여름휴가가 한창인 평일에 선거가 치러진 점, 젊은층과 화이트칼라가 많은 분당과는 다른 표밭 등 한계를 넘지 못했다. 막판 야권연대 등도 보수적인 지역 표심에 악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 측근은 30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공기는 따뜻해졌지만 밑바닥은 여전히 차가웠다”며 “분당이 ‘강남 선거’ 느낌이었다면 팔달은 영남에서 선거를 치르는 것 같았다”고 토로했다. 손 고문은 “팔달이 제 마지막 지역구가 될 것”이라며 지지를 호소했지만 표심을 돌리지 못했다.
김포선거에 나섰던 ‘이장 신화’의 주인공 김두관 상임고문 역시 여의도 귀환에 실패했다. 2012년 경남도지사를 사퇴하고 당내 대선후보 경쟁에 뛰어든 이후 정치적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 연고가 없는 김포에 출마해 낙선되면서 철새 정치인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미지까지 얻게 됐다. 당내에 기반도 없는 터라 향후 정계복귀가 더욱 어렵게 됐다.
새누리당 임태희 전 의원은 스타급 여당 정치인 중에서는 유일하게 낙선했다. 그가 출마한 경기 수원정(영통)은 야당에 유리한 곳이었지만 이름값을 못한 셈이 됐다. 임 전 의원의 시련은 길어질 전망이다.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정의당 노회찬 전 대표도 낙선하면서 정치적 코너에 몰렸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고개 숙인 거물들… 손학규·김두관·노회찬·임태희
입력 2014-07-31 01: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