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단일화’ 누르고 차세대 리더로 부상… 3년 만에 귀환한 나경원

입력 2014-07-31 01:50
7·30재보선 서울 동작을에서 승리한 나경원 새누리당 당선자가 동료 의원들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기뻐하고 있다. 곽경근 기자

새누리당 나경원 후보가 7·30 재·보궐선거 최대 격전지인 서울 동작을에서 야권 단일 후보에 맞서 짜릿한 승리를 거머쥐며 화려하게 귀환했다. 나 당선자는 ‘서울 3선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차세대 여성 대표 정치인의 입지를 단단히 굳혔다.

친이(친이명박)계로 분류되는 나 당선자의 국회 입성이 새누리당의 향후 역학 구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비주류가 주축이 된 김무성 대표 체제 출범 이후 가속화된 새누리당 내 ‘탈박’ 기류가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친박(친박근혜)·친이 등 새누리당의 계파 해체 움직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나 당선자는 당선이 확정된 이후 야권 단일화에 빗대 “저와 동작 주민과의 연대가 승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회에 들어간다면 국회가 좀 더 국민 속으로 다가가기 위한 정치개혁에 앞장서겠다”면서 “우리 지역, 동작구의 발전에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나 당선자는 또 “주민 속으로 들어가 더 많이 듣고 더 낮은 자세로 임했던 게 선거 승리 요인”이라며 “정치권에서의 끼리끼리 연대에 대해 주민들의 관심이 없어진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치열하게 경쟁했던 정의당 노회찬 후보에 대해선 “열심히 하셨고, 앞으로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높은 인지도 덕분에 ‘스타 정치인’으로 평가받는 나 당선자는 이번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의 필승 카드로 일찌감치 검토돼 왔다. 그러나 나 당선자는 출마를 고심하다가 이완구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의 간곡한 설득을 받아들여 선거에 나섰다.

재보선 선거전 초반에는 나 당선자의 낙승이 예상됐지만 쉽지 않은 승부가 펼쳐졌다. 지난 24일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 기동민 후보의 사퇴로 야권 단일화가 이뤄지면서 정의당 노회찬 후보가 무서운 기세로 따라붙으며 예측불허의 승부를 연출했다. 하지만 나 당선자는 노 후보의 막판 추격을 따돌리는 데 성공했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시장에게 패한 뒤 정치적 침묵기를 지내 온 나 당선자는 이번 승리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나 당선자는 1992년 34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판사의 길을 걸었다. 정계 입문은 이회창 전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총재가 이끌었다. 나 당선자는 2002년 9월 법원에 사표를 내고 당시 이회창 대선 후보의 정책 특보를 맡았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어 2008년 18대 총선에서 서울 중구에 출마해 압승하면서 재선에 성공했다. 당 대변인, 두 차례 최고위원 등 힘 있는 자리도 거쳤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패배한 뒤 19대 총선에는 불출마했다. 하지만 이번 승리로 3선 고지 막차를 탔다. 다운증후군 장애를 가진 딸로 인해 정치권과 거리를 둘 때 지적발달 장애인 스포츠 단체인 한국스페셜올림픽위원회 회장을 맡기도 했다.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