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한 운전기사 양회정(55)씨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마지막 행적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검찰도 그의 진술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검사)은 30일 양씨를 상대로 이틀째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양씨의 진술이 진실이라고 믿을 만한 확신을 주지 못한다”며 “확인할 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검찰은 양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도 검토했으나 이날 밤 늦게 석방하며 31일 다시 소환키로 했다.
양씨의 진술 중 가장 큰 의문이 남는 건 5월 25일 검찰이 전남 순천 ‘숲속의 추억’ 별장을 급습할 때 유씨를 놔두고 도피한 대목이다. 위험을 무릅쓰고 ‘모셨던’ 유씨가 홀로 남겨졌는데도 그는 다시 구하러 가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양씨는 그날 오후 경기도 안성 금수원에서 김엄마를 만나 유씨에 대해 ‘걱정’만 했다고 말했다. “시간적으로 이미 늦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검찰이 별장까지 포위망을 좁혀온 터라 유씨가 검거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검찰이 유씨를 검거하지 못한 사실은 언론을 통해 즉시 알려졌다. 양씨는 종교적 지도자로 모시던 유씨가 홀로 도주해야 하는 상황을 그대로 방치했다는 말이 된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자기가 ‘주군’처럼 모시던 사람한테 너무나 무책임한 행동이어서 믿기 어렵다”며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확인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씨는 5월 25일 도주 당시 전북 전주의 처제 집에 들러 “회장님을 순천에 두고 왔다. 구하러 가자”며 도움을 요청했다. 또 구원파 신도인 전모씨에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씨를 적극적으로 구하려 했던 양씨가 금수원에 들어간 이후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한편 유씨의 시신 옆에서 발견된 천으로 된 가방은 김엄마의 것으로 확인됐다. 김엄마는 유씨에게 식사를 준비해주려고 5월 금수원과 별장을 5∼6차례 오갔다. 그는 이 천가방에 대해 “별장에 갔을 때 내가 두고 온 것”이라고 진술했다. 유씨가 별장에서 도망칠 때 급히 짐을 챙기며 이 가방을 이용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김엄마는 또 “별장에 은신하던 회장님이 평소보다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인천=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양회정 “이미 늦었다고 생각, 구하러 가지 않았다”
입력 2014-07-31 0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