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선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완패로 끝났다. 15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미니 총선’에서 새정치연합은 4명의 당선자를 내는 데 그쳤다. 정치적 텃밭인 전남 순천·곡성에서도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당선되는 이변이 연출됐다. 선거를 통해 호남에서 여당 후보가 금배지를 다는 이변이 18년 만에 벌어진 것이다. 이 외에 관심을 모았던 서울 동작을과 충청권 3곳 선거도 새누리당이 모두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새정치연합은 상당한 후유증에 시달릴 전망이다.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 체제도 크게 요동칠 것이다. 나아가 ‘세월호 정국’의 주도권 또한 새누리당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새정치연합의 패인은 복합적이겠지만, 세월호 참사를 지나치게 정략적인 소재로 삼은 점이 주요한 요인이었을 듯하다. 관피아 척결을 비롯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기 위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음에도 새정치연합은 세월호 사고 발생 100여일 동안 제1야당에 걸맞은 건설적인 역할을 등한시했다. 정부·여당을 비난하면서 반사적인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치중했지, 국력을 결집해 대한민국을 총체적으로 혁신하는 데에는 소홀히 해 유권자들이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고 봐야 한다는 얘기다. 막판 역전을 위해 서울 동작을과 경기 수원에서 정의당과 ‘깜짝 단일화’를 이룬 점도 결과적으로는 호재가 아니었다. 서울 동작을의 전략공천에 대해 내부적으로 ‘패륜 공천’이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유권자들을 무시한 정치공학적 야합으로 비쳐지면서 오히려 민심이반을 부추겼다. 여기에다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에 깊숙이 개입한 권은희 전 서울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광주 광산을에 덜컥 공천함으로써 ‘보은 공천’이라는 논란을 일으켜 수도권 유권자들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하겠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재보선의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여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무엇보다 당리당략 차원의 국정 발목잡기 행태부터 버려야 할 것이다. 정부·여당을 견제할 것은 따끔하게 견제하되, 협력할 부분이 있으면 국리민복을 위해 새누리당보다 더 적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게 필요하다고 하겠다.
새누리당은 오만해선 안 된다. 유권자들이 새정치연합을 심판한 것이지, 새누리당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기 힘들다. 국회에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고 해서 야당을 무시한 채 독주하려 든다면 정국은 풀릴 수 없다. 민심을 받들어 세월호 문제를 원만하게 수습하고, 국가 혁신과 경제회생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정쟁은 금물이다. 오로지 국가와 국민을 위한 길로 매진해야 한다. 그동안 선거에 휘둘려 국회에서 진전되지 않고 있는 국가안전관계법, 경제활성화법, 정부조직법 등의 조속한 처리에도 세심한 신경을 써야겠다.
박근혜 대통령도 취임 후 1년 반을 사실상 허비했다. 지금까지의 불통 리더십에서 벗어나 국민의 뜻을 한데 모으고 국정운영에 있어 야당의 협력을 구해야 한다. 독선의 굴레에서 벗어나 화합과 협력의 정치를 구현할 때다. 그것이 재보선의 민심이다.
이정현 당선으로 안방까지 내준 새정치연합
입력 2014-07-31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