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생보·손보협회… 고객정보 무단수집 징계 받고도 당국에 수위 완화 요구

입력 2014-07-31 03:27
정부의 승인 없이 고객 정보를 수집해오다 나란히 기관주의 조치를 받았던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최근 금융 당국에 정보유출 시 제재 기준과 양형을 완화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징계의 기준이 되는 개인정보 유출 건수를 높이고, 기관 영업정지 조치는 아예 징계 종류에서 빼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정보보호 중요성에 대한 국민정서를 고려해 이를 거절했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생·손보협회는 금감원의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 개정 예고 과정에서 “제재 양정별 해당 개인신용정보 등 부당이용·유출 건수를 올리고, 업무상 필요에 따라 정보를 이용한 경우는 면책해 달라”고 요구했다. 양 협회는 외주업체의 위법행위를 금융회사 소속 직원의 행위로 간주하겠다는 금융 당국 방침에 대해서도 “부당하다”는 뜻을 전달했다.

올해 초 카드사의 대량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솜방망이 처벌’로 홍역을 치른 금감원은 지난 4월 개인정보 유출 관련 제재양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행세칙을 개정 예고했다(국민일보 4월 23일자 15면 참조). 개인정보를 단 1건이라도 유출한 금융회사 직원은 견책(주의적 경고), 5건 이상은 감봉(문책성 경고), 50건 이상 유출 시에는 정직(업무정지) 처분한다는 내용이었다.

금감원은 자체 규제개혁위원회 등을 열어 양 협회의 제재 완화 요구를 검토했지만 결국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은 “정보보호 중요성에 대한 인식, 종전 조치와의 형평성을 감안하면 위반 건수를 올리는 것은 곤란하다”며 “업무상 필요에 따른 경우라도 제공받은 목적 외로 이용하면 법령 위반”이라고 밝혔다. 최고 징계인 영업정지를 배제해 달라는 요구도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