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의 전시장 ‘갤러리원’에 들어서자 빗소리가 들렸다. 정면의 벽면엔 의미를 알 수 없는 영문 글자가 보였다.
‘HA:TFELT(핫펠트)’. 전시 제목인 핫펠트는 ‘진심어린’이란 뜻을 가진 하트펠트(Heartfelt)에 ‘뜨거운(hot)’이라는 중의적 의미를 더했다. 왼쪽으로 시선을 돌리자 빗속에서 정면을 응시하는 여자의 사진 하나가 덩그러니 걸려있다.
사진 속 여자는 31일 0시 음원을 공개하고 솔로로 데뷔하는 원더걸스 멤버 예은이다. 핫펠트는 작사·작곡을 할 때 쓰는 예은의 필명이다. 이날 전시는 음원 공개에 앞서 예은이 팬들에게 솔로 앨범의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사진전이다. 지하 1, 2층엔 앨범 비공개 사진 7장, 메이킹 필름 16장이 전시돼 있다. 전시기간은 이날 단 하루.
가수들이 팬과 소통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예전 팬 미팅에 머물던 팬 서비스가 전시회나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자신의 일상을 보여주는 등 쌍방향성을 강화하며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전시다. 음반을 준비하는 과정과 뒷이야기를 팬들에게 시각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전시회 팬 서비스 선두주자는 JYJ다.
JYJ는 올해도 31일부터 오는 3일까지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코엑스몰에서 ‘JYJ 멤버십 위크’를 진행한다. 2012년 처음 시작해 매년 열리는 이 전시는 ‘소통형 무료 팬 서비스’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일본팬만 7024명이 찾아 단일 행사로는 외국인 최다 입국을 기록했다. 지난해에도 일본팬 4000여명을 포함해 나흘간 1만7000여명이 전시장을 찾았다.
상업성은 철저히 배제했다. JYJ 멤버들은 팬들과 다양한 모습을 공유하기 위해 매년 전시 콘셉트를 바꿨다. 올해는 앨범 발매에 맞춰 ‘JYJ 음악의 모든 것’이라는 테마로 정했다. JYJ 음악을 즐길 수 있는 클럽 세트장과 뮤직비디오·앨범 재킷 촬영 세트장 등을 전시한다.
대학생 팬 박모(23·여)씨는 “JYJ 멤버들의 모습을 모두 공유하고 싶은데 공연에서 보여주는 건 한계가 있다”면서 “뮤직비디오 촬영 뒷이야기 등 궁금한 것들을 볼 수 있어 기대된다”고 말했다.
예은의 전시도 특색 있다. 전시장 입구에서 나눠준 태블릿PC는 일종의 오디오 가이드인데, 전시장 사진을 보며 그에 얽힌 이야기와 음원을 들을 수 있다.
앱을 통해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서비스도 나왔다.
음악사이트 멜론은 지난주 모바일 앱에 대한 대대적인 플랫폼 개편을 실시했다. 눈길을 끄는 서비스는 ‘팬 맺기’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티스트와 팬 맺기를 하면 ‘소식함’을 통해 아티스트의 소식을 받을 수 있다. 티저 영상, 신규 앨범, 뮤직비디오, 각종 사진, 공연 정보를 비롯해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소식도 실시간 받을 수 있다. 이미 유니버셜뮤직, 소니뮤직, 워너뮤직 등 해외 직배사는 물론 국내 주요 기획사, 인디레이블 등 240여개 파트너사, 2만여명의 아티스트들이 이용하는 등 호응이 뜨겁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런 현상에 대해 “팬 문화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됐다”며 “팬들이 좋아하는 가수의 이면까지 볼 수 있어 팬심을 더욱 두텁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전시회·앱… 가수들 팬 서비스의 진화
입력 2014-07-31 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