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활동, 젊은 층 통해 새 놀이문화로 자리잡을 것”

입력 2014-07-31 02:23
최근 캠핑산업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쿠키뉴스는 캠핑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해 우리나라 캠핑시장의 위치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패널들은 국내 캠핑시장의 열기는 아직 식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캠핑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거나 성장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업계 내에서 대두되고 있다. 또 캠퍼들 사이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캠핑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말이 공공연히 회자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그렇다면 캠핑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을 어떻게 생각할까? 이에 쿠키뉴스는 지난 18일 쿠키뉴스 본사에 캠핑 관련 전문가들을 초청해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들을 통해 현재 우리나라 캠핑시장의 위치와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 등에 대해 알아봤다.

-캠핑은 어떻게 접하게 됐나?

신동훈(이하 신)= 아웃도어 활동은 스키와 스노우보드를 통해 시작했다. 캠핑을 처음 접한 건 7년 전이다. 당시 신세계를 경험한 듯한 충격을 받았다. 이후 젊은 친구들도 캠핑을 많이 즐겼으면 하는 바람으로 관련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강대현(이하 강)= 사진, 골프 등에 빠졌다가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야외활동을 하기 위해 캠핑을 시작했다. 시작한 지는 4∼5년 됐다. 현재 캠핑 관련 파워블로거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에는 ‘올 어바웃 캠핑’이라는 책을 발간했다. 캠핑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주말동안 단 한 번도 캠핑을 쉬어 본 적이 없다.

이현상(이하 이)= 캠퍼라고 하긴 뭣하다. 캠핑은 대학교 때 접했다. 클라이밍도 좀 했는데, 결혼하고 애들이 크다보니 캐주얼한 레포츠를 즐기고 싶었다. 5∼6년 전부터 캠핑장을 기웃거리기 시작했고 지금에 이르렀다. 제로그램을 만들어 경영한 지는 3년 됐다.

심규석(이하 심)= 나는 사실 부동산 개발이 전공이다. 하는 일 중에 캠핑장 개발 컨설팅 관련 일이 꽤 있다보니 자연스럽게 캠핑을 접하게 됐다. 현재 캠핑장 관련 법규와 지표를 만들기 위해 여러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본인들이 느끼는 국내 캠핑시장 분위기는 어떤가?

강= 일반 오토캠퍼들이 미니멀 캠핑이나 백패킹으로 넘어가고 있는 추세다. 그러면서 외국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캠핑 업체들도 너무 많아졌다. 업체 관계자들 얘기를 들어보면 모두 지난해와 달리 반토막 났다고 하더라.

이= 성장세가 한 풀 꺾인 것은 맞다. 제조 공장을 통해 알아보면 확실히 지난해와 다르다. 최근 2∼3년 사이 캠핑시장에 공급자가 많아졌다. 시장이 만만치 않아진 것이다. 유명 캠핑 카페를 예로 들면 지난해 비해 매출이 30%선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신= 나는 현 캠핑시장 상황이 실제 와 닿지 않는다. 오히려 젊은 층에서는 캠핑 붐이 일고 있다. 마치 스키나 스노우보드의 초기 한국 시장을 보는 것 같다. 시장이 성장하다가 갑자기 주춤해서 힘들다는 얘기가 나온 것 아닌가 생각한다.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캠핑과 관련된 액세서리나 의류 등의 매출은 꾸준히 늘고 있다. 캠핑 문화가 변화된 것이라 생각한다.

강= 동감한다. 우리나라 캠핑시장은 아직 죽지 않았다. 국내 캠핑시장을 이끌고 있는 대규모 캠핑업체에서 이런 문화적인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다.



-업계만의 분위기란 뜻인가?

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비대해진 산업 규모에 비해 마케팅이나 광고 방식은 그대로다. 소비자들도 질린 거다. 가격도 너무 비싸고. 업체들이 새로운 트렌드를 제시하는 것을 간과한 게 아닌가 싶다.

강= 우리나라 사람들 특성상 자동차도 4∼5년 정도 타면 바꾼다. 하물며 이 기간이면 부품도 교체해야 할 시기다. 그런데 현 캠핑시장은 이러한 교체 아이템이 없다. 새로운 물건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가격은 비싸졌는데 이럴 바엔 수입제품을 구입하는 게 오히려 더 낫다는 생각이 캠퍼들 사이에 퍼져 있다.



-각 업체들이 내놓은 캠핑용품들을 보면 모양이 비슷해 브랜드를 구분하기 어렵다.

신= 유명 텐트제조사 관계자의 얘기를 들어보니 시즌이 되면 여러 모양의 텐트를 만들어놓고 각 브랜드 별로 골라서 사가게 한다더라. 기업들이 복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제품 연구개발에 아예 손을 놓고 있다. 잘 팔리면 그만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이= 안타깝지만 그게 사실이다. 해외도 마찬가지다. 몇몇 업체 빼고는 텐트를 개발하지 않는다. 오토캠핑용 텐트는 복잡해서 더욱 그런 경향이 크다.



-캠핑 관련 법률이 시장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심= 전국에 캠핑장이 2000개 정도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 중 정식 캠핑장업으로 등록한 곳은 약 50개뿐이다. 우리는 2000개 캠핑장이 모두 정식 사업장으로 인정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아직 국내 실정은 제반사항 등이 부실하다. 문체부를 통해 꾸준히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측 관계자들이 바쁜 모양인지 이런 게 아직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캠핑장 규격에 관한 법률을 발의했는데 다음 달 초 시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신= 그러면 규격에 맞지 않는 캠핑장은 어떻게 되는 건가? 문을 닫아야 되는 것인가?

심= 계도기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그 기간은 3개월 정도 될 것 같다.



-법 개정에 앞서 캠퍼들의 의식에는 문제가 없는가?

이= 최근 백패킹이 화두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국내에서 백패킹은 불법이다. 캠퍼들 대다수가 잠재적인 범죄자인 셈이다. 법을 바꾸자고 아우성치기 전에 우선 캠퍼들의 의식이 고쳐져야 한다. 지금의 백팩 문화는 일반 오토캠핑장에서 행해지는 주지육림 문화가 그대로 산꼭대기까지 옮겨온 것이다. 캠핑을 할 때 왜 꼭 고기를 먹고 술을 먹어야 하는가? 환경오염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런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 그 후 법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강= 캠핑 관련 시설물을 만들 때도 전문가들의 자문을 듣고 만들었으면 한다. 만들고 난 뒤 고치는 비용이 더 드는 실정이다. 안산 화랑유원지 캠핑장이나 4대강 캠핑장에 가보면 실제 캠핑을 즐길 만한 곳이 못 된다.



-앞으로 국내에서 캠핑문화는 어떻게 전개될까?

신= 캠핑이 일상이 될 것이다. 젊은 층을 통해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을 것이다.

이= 캠핑은 아웃도어 허브 역할로 지속될 것이다. 카약, 자전거, 등반 등 모든 아웃도어 분야를 연결시키는 역할을 할 것 같다.

강= 짧으면 2년, 길게는 3년 간 혼란이 지속될 것이다. 캠퍼들 모두 내가 왜 캠핑을 시작했는가에 대한 이유에 충실했으면 좋겠다. 캠핑이 목적이 되는 캠핑은 의미가 없다.

심= 캠핑 문화를 좋게 경험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환경오염 방지나 가족 중심의 소통하는 캠핑문화가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글·사진 윤성중 쿠키뉴스 기자 sjy@kukimedia.co.kr

▲쿠키뉴스는 한국언론진흥재단 후원을 받아 ‘한국캠핑산업, 성장통을 넘어 블루오션으로…’를 주제로 기획취재를 연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