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순회항소법원은 28일(현지시간) 9·11테러로 무너진 뉴욕 월드트레이드센터에서 발견된 십자가 모양 철재가 9·11박물관에 전시되는 것을 막아 달라며 무신론단체가 제기한 소송을 기각했다. 이 십자가 모양 철재는 ‘그라운드제로의 십자가(The Cross at Ground Zero)’로 불리며 많은 관람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그라운드제로의 십자가를 전시하는 목적은 9·11테러의 역사를 상기하는 데 있기 때문에 (종교적이라기보다) 세상적인 것”이라면서 “이 십자가는 기독교의 상징일 뿐 아니라 모든 사람을 위한 희망과 치유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밝혔다.
9·11테러 현장에서 이 십자가를 처음 발견한 철공노동자 프랭크 실레치(60)는 승소 판결에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실레치는 십자가가 폐기되지 않고 전시될 수 있도록 시의 허가를 이끌어냈다. 그는 데일리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믿음이 무신론자들을 이겼다.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사람들이 이 십자가를 보며 조금이나마 근심을 덜기 바랐을 뿐”이라며 “이번 승소 판결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9·11박물관 변호인 마크 알콧은 “9·11테러와 관련한 기록물을 전시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미국무신론자협회 AA(American-Atheists)는 지난해 “연방정부의 지원을 받는 박물관이 종교적 상징물을 전시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박물관과 관련 정부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AA의 한 회원은 “정신적 스트레스로 두통과 소화불량을 겪고 있다”는 황당한 주장까지 펼쳤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美 항소법원 “9·11 십자가 전시 문제 없어”
입력 2014-07-31 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