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지표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체감 경기를 좌우하는 일자리 문제가 최경환 경제팀의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실물지표가 반등 기미를 보이고 있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지만 제조업 체감 경기도 석 달째 악화되고 있어 시장의 소비·투자 심리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꼽은 최경환호가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으로 꼽힌다.
◇고용지표 1년 6개월 만에 최악=고용노동부가 30일 발표한 6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결과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9만9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취업자 수 증가폭이 10만명 밑으로 떨어진 것은 2012년 12월(8만2000명) 이후 처음이다. 2010∼2011년 50만∼70만명 사이를 오가던 취업자 수 증가폭은 2012년부터 급격히 위축되기 시작해 2012년 12월 저점을 찍은 뒤 완만한 회복세를 나타내며 20만명대를 유지했다. 그러나 지난 3월(22만4000명)부터 급격한 내리막을 그리며 4월(16만4000명), 5월(15만명)엔 10만명대로 떨어졌다.
상용 근로자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과 도·소매업의 부진이 눈에 띈다. 300인 미만 사업체 종사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6만1000명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증가폭이다. 300인 이상 사업체 종사자 수는 3만8000명 늘었다. 최근 구조조정의 여파로 금융·보험업은 취업자 수가 5.1%(4만3000명) 감소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얼어붙은 내수경기 탓에 도·소매업 종사자도 3만9000명 줄었다. 고용지표는 대표적인 경기 후행지표로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실물경기가 반영되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다음 달 고용지표도 좋은 성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조업 체감 경기는 석 달째 악화=한국은행은 7월 제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74로 지난달보다 3포인트 하락했다고 30일 밝혔다. BSI는 기업이 실제로 느끼는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수가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나쁘게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뜻이고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세월호 사고 직후인 5월 79로 떨어진 BSI는 지난달 2포인트, 이달 3포인트 추가 하락했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 수출기업보다는 내수기업의 BSI 하락폭이 컸다. 중소기업 BSI는 지난달 72에서 69로 3포인트, 내수기업은 78에서 73으로 5포인트나 떨어졌다. 모두 연중 최저치다. BSI 조사에 참여한 제조업체 가운데 내수 부진을 경영 애로사항으로 꼽은 기업이 24.7%로 가장 많았다. 지난달보다 비중이 2.0% 포인트 상승했다. 환율 때문에 어렵다는 기업도 15.5%에서 16.0%로 늘었다. 8월 업황 전망 BSI도 전월보다 3포인트 하락한 75로 나타났다.
◇광공업생산 증가세 전환=반면 실물경기를 반영하는 광공업생산 지표는 호조를 나타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6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 대비 2.1% 늘어 3월(0.7%) 이후 3개월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4월, 5월에는 각각 전월 대비 0.6%, 1.2% 감소했다. 6월의 전월 대비 전산업생산 증가율(2.1%)은 2011년 3월(4.1%) 이후 39개월 만에 최대치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가 강하게 미친 5월 지표가 워낙 나빴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이다.
6월 광공업생산 증가율은 전월 대비로 2009년 9월(3.7%) 이후 57개월 만에 최대치인 2.9%를 기록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에 징검다리 연휴 등이 생산을 제약했던 지난 5월에 대한 기저효과와 함께 모바일용 반도체의 국내외 수요가 있었던 반도체 및 부품(11.2%) 등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6월 서비스업 생산도 전월대비 1.6% 늘어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다만 설비투자는 전기 및 전자기기 등이 증가했으나 일반 기계류와 기타운송장비 등의 투자가 줄어 전월보다 1.4% 위축됐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전달보다 0.1포인트 내려가면서 4월(-0.2포인트), 5월(-0.4포인트)에 이어 3개월째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앞으로의 경기 국면을 예고해 주는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는 0.2포인트 올라갔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
6월 취업 18개월來 최악… 제조업 체감경기 석달째 뒷걸음
입력 2014-07-31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