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히스토리] 차·정유화학·조선·전자, 2분기 실적추락 왜?

입력 2014-08-01 02:41
최근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국내 주요 기업들이 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황 침체와 원화 강세라는 악재가 겹치면서 이익 폭이 크게 축소되거나 적자로 전환한 곳이 많았다. 반면 수년간 불황이 지속되며 고난의 행군을 해 오던 철강과 건설업계는 2분기 실적이 개선되면서 침체의 늪에서 탈출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지속해 온 구조조정 효과와 경기회복세가 서서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자동차·정유화학·조선·전자, 환율 직격탄


현대·기아자동차는 올 2분기 ‘환율 쇼크’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면서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는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13.3% 감소한 2조872억원, 매출액은 1.9% 감소한 22조7526억원을 나타내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기아차도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1.7% 감소한 7697억원을 기록했다.

판매는 오히려 늘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전년 동기 대비 상반기 판매량이 각각 4.4%와 7.0% 증가했다. 많이 팔고도 환율 폭락 탓에 손해를 본 셈이다. 현대·기아차는 올 초 사업계획에서 연간 평균환율을 1050원으로 잡았다. 그러나 2분기 평균환율이 1030원을 기록하며 수익성 악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원화가 거의 모든 통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면서 결제통화 다변화 등 기존의 환헤지 수단이 효과가 없었다”고 밝혔다.

국내 주요 정유사들도 정제 마진 감소와 환율 하락 영향으로 2분기 부진한 실적을 나타냈다. 국내 1위 정유사인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분기 50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469억원으로 간신히 적자 탈출에 성공한 에쓰오일은 2분기 영업손실 54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 마진 약세가 주된 원인이지만 환율 급락에 따른 재고평가 손실로 석유사업이 부진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원재료인 원유를 전량 수입하고 있어 기본적으로 외화 자산 대비 부채가 많은 구조다. 또 수출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수출 중심형 사업구조로 급격한 환율 변동은 손익구조에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이 때문에 정유업계는 급격한 환율 변동에 따른 손익 변동을 줄이기 위해 주기적으로 외화부채 대비 적정자산 규모를 설정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또 리스크 매니지먼트(Risk Management) 차원의 선물환 거래 및 외환 관련 모니터링 강화를 통해 손익 변동성 최소화를 지향한다. 그러나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손실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LG화학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8%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8.3%, 43.4% 줄었다. 조석제 LG화학 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2분기에는 1분기보다 평균 40원 정도 원화 절상이 돼 수익성 악화를 겪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환율 하락 여파 등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24.5% 급락한 7조2000억원에 그쳤다.

세계 1위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2분기에 회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내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역시 환율에 발목이 잡혔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환율이 당초 예상보다 20원 정도 더 떨어져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2∼3년 전 업황이 어려워 조선업이 저가 수주를 많이 했다”며 “이를 만회하려면 환율이 올라야 하는데 평가절상되다 보니 부담이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오승훈 애널리스트는 “지난 3년간 계속 달러 강세의 심리가 강했기 때문에 기업들은 원화 강세에 대한 대비를 소홀히 했던 측면이 있다”며 “특히 조선과 자동차 업종에서 대비가 취약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오랜 침체 철강·건설 부진 탈출 조짐 뚜렷

오랜 불황의 늪에서 허덕이던 건설과 철강 부문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오랜만에 웃었다. 포스코는 올 2분기 매출 16조7036억원, 영업이익 8391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보다 매출은 7.1% 늘었고 영업이익이 7.1% 감소했다. 하지만 올해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이 8.2%, 영업이익은 14.7% 증가했다. 권오준 회장 취임 후 강조했던 재무구조 개선 작업과 고부가가치 제품 확대 전략이 빛을 봤다. 광양LNG터미널 지분 매각, 포스화인, 포스코 우루과이 매각 등 비핵심 사업 구조조정 계획이 발표되며 시장의 기대감을 키웠고, ‘월드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도 지난해 30.8%에서 2분기 32.8%까지 끌어올렸다.

현대제철도 예상치를 뛰어넘는 이익을 거뒀다. 2분기 매출 4조1745억원, 영업이익 3589억원을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53.9% 늘었고, 영업이익률은 2.7% 포인트 오른 8.6%로 수익성이 좋아졌다.

대다수 건설사들도 2분기 양호한 실적을 보였다. 해외 수주와 관련 경쟁력을 높이고 원가 절감, 체질 개선에 나선 결과다. 또 국내 주택경기도 서서히 살아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산업개발은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 179억원에서 올 2분기 400% 가까이 개선된 703억원의 이익을 냈다. 올봄 주택 분양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수혜를 봤다. 삼성물산(건설부문)도 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2% 증가한 130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부실 사업을 축소하고 해외 영업을 강화한 것이 주효했다. 현대건설도 올 2분기 279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영업이익 증가율이 39.3%(79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1조원 가까이 손실을 기록한 삼성엔지니어링은 2분기 영업이익이 770억9900만원을 기록해 3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측은 “적자를 낸 지난해부터 손익 개선에 총력을 기울이고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철저하게 점검한 결과 영업이익을 확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