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 인류에게 단순한 자연물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세계 4대 문명을 비롯한 초창기 인류는 대부분 강가에서 그 역사를 시작했다. 수렵생활을 마친 인류가 농경을 위한 터전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강으로부터 농업용수를 손쉽게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 강은 물자를 수송하는 데도 유용하게 사용되는 등 인류의 발전에 초석을 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江), 역사를 넘어 신앙이 되다= 인류는 강이 주는 거대한 위용을 신앙심으로까지 발전시켰다. 인도의 성하(聖河) 갠지스 강이 그 대표적인 예다. 종교적으로도 그리스신화의 스틱스 강, 기독교의 요르단 강, 불교의 삼도천 등 강은 삶과 죽음을 가르는 개념으로 인식됐다.
강에 대한 애착은 우리나라 선조들 사이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산자분수령(山自分水嶺)’은 예로부터 국내 산인(山人)들 사이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자연관을 상징한다. ‘산은 물을 넘지 못하고 물은 산을 건너지 못한다’는 뜻처럼 옛 선조들은 산과 강을 상호적인 관계로 생각했다. 이 중에서도 ‘백두산을 가면 아버지가 생각나고 두만강을 가면 어머니가 생각난다’는 조선족의 노랫말처럼 강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있어 한 없이 애정을 베푸는 어머니의 모습으로 기억되곤 한다.
한반도가 세 갈래로 나눠진 삼국시대 고구려, 백제, 신라는 일본·중국과의 교역을 위해 한강을 사이에 두고 치열한 전쟁을 벌였고 이를 차지한 나라마다 각각의 전성기를 누렸다. 이렇듯 큰 강줄기들은 지역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한강은 서울과 경기도를, 금강은 충청도를, 영산강은 전라도를, 낙동강은 경상도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줬다.
◇강(江), 어머니와 낭만으로 기억되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과거 우리 조상들은 강을 낭만적인 시각으로 바라봤다. 시조 ‘추강(秋江)에 밤이 드니’를 통해 조선시대 월산대군은 강을 무욕의 공간으로 노래했고, 고려시대 정지상은 ‘대동강 물은 어느 때나 마를 건가, 이별의 눈물 해마다 푸른 물결에 보태질 텐데’라는 표현으로 이별의 장소로 생각했다. 또 신라시대 화랑들은 산과 함께 강을 유람하며 심신을 수양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고, 조선시대에는 평민, 귀족의 구분 없이 지인들끼리 함께 냇가에서 헤엄을 치는 ‘천렵(川獵)’을 즐겼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요즘도 사람들은 강을 생각하면 햇빛에 반짝이는 수면, 물장구를 칠 때마다 하늘로 퍼지는 수많은 물방울들, 그물 속에서 펄떡이는 민물고기 등을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짓곤 한다. 실제 근래 들어 강은 단순한 물장난을 넘어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 먹을거리들이 공존하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요즘 같은 여름철엔 휴식은 물론 추억을 만들고 공유하는 공간으로 그 위세를 뽐낸다.
◇강(江), 휴식과 추억의 공간으로 공존하다= 강의 대표적인 즐길거리로는 먼저 래프팅을 꼽을 수 있다. 래프팅은 고무보트에 일정 인원이 탑승한 후 조타수의 지시에 따라 물살을 헤쳐 나가는 수상레포츠 중 하나다. 협곡 속 급류를 따라 빠른 속도로 노를 저으며 시원한 물을 흠뻑 맞으면 절로 짜릿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래프팅은 이미 대학교 MT나 다양한 동호회에서도 즐길 만큼 대중적인 취미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플라잉낚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이색 즐길거리다. 시원한 강물에 하반신을 담근 채 낚싯대를 크게 돌려 미끼를 던지는 방식으로 최근 신종 레포츠로 각광을 받고 있다. 플라잉 낚시는 일반적인 릴낚시와 달리 강 속에서 고기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 수시로 돌아다니는 동적인 스포츠다. 차가운 강물 속에서 낚시를 하는 만큼 자연의 한 부분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된다. 인조미끼, 깃털미끼 등을 사용하기 때문에 초보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또한 강으로 여행을 떠나면서 놓칠 수 없는 게 바로 먹을거리다. 강에서 얻을 수 있는 식재료를 바탕으로 한 요리들은 그 독특한 매력으로 여행객들의 눈과 입을 사로잡는다. 이 가운데서도 민물고기는 강 요리 중 제일로 손꼽히는 식재료다. 맑은 강물에서만 서식하는 송어는 회나 탕의 재료로 애용된다. 송어회는 송어의 붉은 속살에 윤기가 흐르는 모습이 군침을 돌게 할 뿐만 아니라 입에서 퍼지는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얼큰한 맛이 매력적인 송어매운탕이나 시원한 송어맑은탕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송어요리들이다. 이 외에도 재첩, 참게처럼 각 지역별 대표적인 강에서 내세우는 재료들을 활용한 토속음식들도 강에서 필수적으로 맛봐야 하는 것들이다.
뿐만 아니라 강만큼 가족과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것들이 많은 경우도 드물다. 대표적으로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동강은 우리나라를 그대로 축소시켜 놓은 듯한 한반도 지형이 유명하다. 마치 바다처럼 삼면이 강물로 둘러 싸여 있다.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은 지형도 그대로 빼닮았다. 자연의 예술품으로 일컬어지는 백룡동굴이나 우리나라의 역사를 품은 고성산성 등 동강12경의 아름다운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다음달 3일까지 진행되는 영월동강축제에서는 맨손송어잡기, 행글라이더 등 갖가지 체험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또 동강이 가로지르는 영월은 단종의 유배지로도 유명하다. 단종의 영혼이 이곳에서 신선이 되고자 했다는 전설이 남아있는 어라연 계곡, 유배생활을 했던 청령포, 장릉 등 역사탐방지로도 손색이 없다.
신민우 쿠키뉴스 기자 smw@kukimedia.co.kr
‘江’ 굽이굽이 인류 DNA가 흐른다
입력 2014-07-31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