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영등포구 의사당대로 국회 헌정기념관. 인천 옹진군 백령도 지역 10개 교회학교 어린이 46명과 서울 산정현교회(김관선 목사) 교회학교 어린이 32명의 질문이 쏟아졌다.
“국회의원은 몇 시에 퇴근해요?” “국회의원은 배지를 잃어버리면 어떻게 해요?” “국회의원 전체가 힘이 세요, 아니면 대통령이 힘이 세요?” 산정현교회 신자인 새누리당 김희국 의원이 빙그레 웃으며 자세히 답변했다. 어린이들은 답변이 끝나기가 무섭게 다시 질문경쟁을 벌였다.
백령도 어린이와 교사 등 62명은 산정현교회 초청으로 지난 28일 서울에 왔다. 백령도 거주 전체 어린이 200여명 중 약 120명이 교회에 출석하는 등 신앙 열기가 뜨겁지만 교사 부족으로 여름성경학교를 열지 못한다는 소식을 접한 산정현교회는 지난해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교회학교 교사와 어린이를 데리고 백령도에서 여름성경학교를 개최한 것이다. 올해는 백령도 어린이들을 서울로 초청했다. 이들은 지하철을 타고 서울 롯데월드와 남산, 동대문시장, 서울대 등을 방문했다. 숙소는 산정현교회 25가정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집을 개방했다.
백령도 북포초등학교 6학년생인 강승희(13) 양이 신난 듯 입을 열었다. “서울 간다니까 백령도 친구들이 정말 부러워했어요. 어제 서울 집사님 댁에서 홈스테이를 했는데 언니 오빠들이 너무 잘해줬어요. 저도 나중에 크면 섬에 있는 교회 아이들을 초청해 모르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조재현(12) 군도 “방학이 되면 백령도에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 육지로 나온다”면서 “어제 숙소를 제공해주신 집사님과 서울대에 갔는데 나중에 꼭 다시 가고 싶다”며 빙그레 웃었다.
일행은 이어 경기도 과천으로 향했다. 패밀리레스토랑에서 식사를 마친 박연지(12) 양은 “서울에 학용품과 팔찌들이 많아 부러웠다”면서 “지난해 백령도에서 봤던 산정현교회 여자 동생을 올해 다시 만나 무척 반가웠다”고 말했다. 유경환(64) 산정현교회 소년부장은 “33년 간 교편을 잡았는데 지금이 내가 살아온 인생 중 가장 보람된 순간”이라며 “이 어린이들이 20∼30년 뒤 한국교회를 짊어진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벅차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어린이들은 국립과천과학관에 들어서자마자 “와”하며 첨단기술관과 무한상상실로 뛰어들었다. 박음숙(53·여) 백령중앙교회 교사도 “20년간 교회학교 교사생활을 했는데 젊은이들이 점점 줄어들면서 여름성경학교조차 열지 못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산정현교회처럼 육지 교회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김관선 목사는 “도시교회는 성도를 잘 키워서 보내준 농어촌교회에 큰 빚을 지고 있다”면서 “이제는 도시교회가 고사 직전의 농어촌교회를 살릴 때다. 이런 일은 200명 이상 출석하는 도시교회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령도 어린이들은 31일 서울 마포구 양화진외국인선교사 묘원을 방문한 뒤 집으로 돌아간다.
과천=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백령도 10개 교회 어린이 “서울로 성경공부 왔어요”
입력 2014-07-31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