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자의 워크홀릭] 영혼까지 충만한 자연의 보양식… 영월 물무리골 생태학습원 데크길

입력 2014-07-31 02:44
영월군민들이 아껴두고 찾는 물무리골 생태학습원 산책로. 습지 위로 1㎞ 남짓 데크가 설치돼 있어 가볍게 거닐기 좋다. 영월=신민우 기자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곳곳에 곤충 모형을 발견할 수 있다. 멋쟁이딱정벌레를 설명하는 신계욱 숲해설가. 영월=신민우 기자
강원도 영월의 환대는 융숭했다. 길을 나서자마자 유기농 자연식으로 잘 차린 진수성찬을 한 상씩 안겼다. 바삭바삭하게 잘 구워진 햇볕, 코가 뻥 뚫리도록 청량한 산바람, 차지게 쫄깃한 흙길, 아삭하는 식감이 좋은 연둣빛 숲, 이가 시리도록 시원하고 깨끗한 냇물. 상을 받아들고 어느 것에 젓가락을 먼저 가져갈까 잠시 행복한 고민을 해야 했다.

◇보약 한 사발 마시는 산림욕= 조선 단종의 무덤인 장릉 뒤편에 영월군민들이 아껴두며 수시로 찾는 산책로가 있다. 영월군이 2009년 7만5700㎡에 이르는 습지에 조성한 물무리골 생태학습원이다.

습지 위로 1㎞ 남짓한 길이의 데크가 설치돼 있어 가볍게 거닐기 좋다. 짙은 숲 속을 따라 각양각색 자태를 뽐내는 들꽃에 눈 맞추고 곤충과 인사를 나누며 주변 산책로 1㎞까지 더해 쉬엄쉬엄 걷다보면 반나절이 뚝딱 지나간다.

게다가 달콤한 꽃향기, 청량한 솔향기까지 그윽하니 산림욕에는 이만한 곳이 없다. 신계욱 숲해설가의 표현대로 “여기에 들어서면 보약 한 사발 마시는 셈”이다.

물무리골 생태학습원은 멸종위기 2급으로 분류된 백부자와 산작약, 개잠자리난초, 큰조롱, 병아리꽃나무, 참고본 등 귀한 식물들이 다수 서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귀한 식물들도 이름을 알고 불러줘야 의미가 있는 법. 입구에 숲해설가가 상주하고 있어 자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걸을 수 있다.

“여기 지명이 골골이(골마다) 물이 나온다고 해서 물무리골입니다. 아래 습지 쪽에는 갈대가 무성하고 위 산 쪽에는 억새가 많아요.”

◇들꽃, 사람을 만나다= 신 숲해설사의 설명을 따라 걷다보니 머리 위로 드리운 나뭇가지마다 덩굴이 칭칭 감겨 사방팔방 짙은 푸르름으로 가득하다. 햇볕이 잘 들지 않는 골짜기 나무들은 초여름의 연녹빛 잎들을 빛내며 눈을 즐겁게 한다. 습지를 보호하기 위한 데크가 깔린 것을 제외하면 흡사 정글 속으로 들어선 듯하다. 이 곳에는 27종의 나무와 81종의 들풀, 고라니부터 삵, 너구리같은 야생동물과 소쩍새, 딱따구리 등의 조류에 산호랑나비, 무당벌레 등 곤충까지 다양한 생명체가 서식하고 있다.

라일락, 진달래 같이 흔히 보는 식물부터 멸종위기 2급 식물인 정선황귀, 새가 싼 똥에서 자라난 산삼까지 없는 게 없는 식물박물관이다. 가만히 둘러보면 곤충도 많이 볼 수 있는데 발견하지 못해도 아쉬울 건 없다. 산책로를 따라 곳곳에 100배쯤 확대한 곤충 모형이 많다. 잠자리부터 이름그대로 호랑이 털 무늬를 가진 산호랑나비, 멋쟁이딱정벌레 등 다양한 곤충들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숲 속의 귀족이라는 자작나무가 곳곳에 무리를 지어 희고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며 서있어 이국적인 느낌마저 자아낸다. 발에 뭐 하나 걸림돌 없는 완만한 데크를 따라 걷다보면 어느새 마음속엔 기쁨이 가득 찬다. 산새들의 재잘재잘 소리에 맞춰 콧노래를 흥얼댄다.

물무리골 생태학습원의 대미는 전나무숲이 장식한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쭉쭉 뻗은 이들이 내뿜는 향긋한 나무 내음은 달콤쌉싸름한 후식이다.

영월=김 난 기자 na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