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몸짱’이 되고픈 청춘들 사이에 맨몸으로 격렬한 동작을 반복하는 ‘크로스핏’ 운동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가수 겸 배우 비가 탄탄한 근육을 드러낸 영화 ‘닌자어쌔신’ 촬영 당시 이 운동으로 몸을 만들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이 때문에 러닝머신과 웨이트트레이닝에만 익숙한 기성세대들은 피트니스센터를 찾았다가 맨몸 운동만으로 땀을 뻘뻘 흘리는 이들을 보며 당황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크로스핏 트레이닝 센터를 찾았다.
입문 코스 수업은 50여분간 진행됐다. 방식은 단순하다. 네 가지 동작을 50초간 반복한 뒤 50초간 휴식을 취한다. 허리를 펴고 쪼그리고 앉았다 뛰어오르고(드롭아웃), 4∼12㎏ 무게의 공을 머리 위로 들었다 내리는 등 모두 전신 운동이다. 이걸 다섯 차례 반복하면 한 회 수업이 끝난다.
코치의 지시에 따라 절도 있는 자세로 동작을 반복한 지 10초 만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리고 본격적인 ‘지옥 체험’이 시작됐다. 모든 동작이 허리와 허벅지를 집중적으로 자극했다. 점점 근육이 땅기고 숨이 차오르더니 이마에서 비 오듯 땀이 쏟아졌다. 달리기 동작을 할 때는 허벅지 근육에 감각이 없어 뛰지 못하고 어기적거렸다.
15명이 두 팀으로 나눠 경쟁적으로 운동하다 보니 힘들다고 ‘요령’을 피울 수도 없었다. 결국 수업 시작 20여분 만에 ‘백기’를 들었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체육관 구석에 놓인 의자에 앉아 숨을 돌렸다. 평생 겪어본 것 중 가장 긴 50초였다.
크로스핏은 ‘크로스오버 피트니스’의 줄임말로 1995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역도 체조 육상 등 다양한 운동의 요소를 종합해 신체능력 전반을 키워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2년여 전 미국에서 이 운동을 체험하고 온 소수 동호인들을 통해 소개됐다. 짧은 시간에 몸짱이 될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급속도로 퍼졌다. 3∼4곳에 불과하던 전문 체육관도 올해 40여곳으로 늘었다.
주 고객층은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다. 이날 남편과 함께 이곳에 운동하러 온 회사원 조정미(30)씨는 “처음에는 호기심에 시작했지만 흥미를 느껴 계속 하게 됐다. 회사에 크로스핏 동호회도 생겼다”고 말했다. 양경진 코치는 “최근 몸짱 열풍으로 운동이 유행하면서 더 큰 자극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고 있다”면서 “처음엔 매우 힘들지만 혼자가 아닌 여럿이 즐길 수 있는 데다 성취감도 커 웨이트 트레이닝에 지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듯하다. 올여름 부쩍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몸짱 꿈꾸다 20분 만에 근육통 끙끙
입력 2014-07-31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