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짱 꿈꾸다 20분 만에 근육통 끙끙

입력 2014-07-31 02:31
크로스핏 동호인들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크로스핏 전문 체육관에서 코치 지시에 맞춰 팔굽혀펴기를 하고 있다. 리복크로스핏센티널 제공

여름철 ‘몸짱’이 되고픈 청춘들 사이에 맨몸으로 격렬한 동작을 반복하는 ‘크로스핏’ 운동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 가수 겸 배우 비가 탄탄한 근육을 드러낸 영화 ‘닌자어쌔신’ 촬영 당시 이 운동으로 몸을 만들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인기가 높아졌다. 이 때문에 러닝머신과 웨이트트레이닝에만 익숙한 기성세대들은 피트니스센터를 찾았다가 맨몸 운동만으로 땀을 뻘뻘 흘리는 이들을 보며 당황하는 경우도 많다. 지난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크로스핏 트레이닝 센터를 찾았다.

입문 코스 수업은 50여분간 진행됐다. 방식은 단순하다. 네 가지 동작을 50초간 반복한 뒤 50초간 휴식을 취한다. 허리를 펴고 쪼그리고 앉았다 뛰어오르고(드롭아웃), 4∼12㎏ 무게의 공을 머리 위로 들었다 내리는 등 모두 전신 운동이다. 이걸 다섯 차례 반복하면 한 회 수업이 끝난다.

코치의 지시에 따라 절도 있는 자세로 동작을 반복한 지 10초 만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리고 본격적인 ‘지옥 체험’이 시작됐다. 모든 동작이 허리와 허벅지를 집중적으로 자극했다. 점점 근육이 땅기고 숨이 차오르더니 이마에서 비 오듯 땀이 쏟아졌다. 달리기 동작을 할 때는 허벅지 근육에 감각이 없어 뛰지 못하고 어기적거렸다.

15명이 두 팀으로 나눠 경쟁적으로 운동하다 보니 힘들다고 ‘요령’을 피울 수도 없었다. 결국 수업 시작 20여분 만에 ‘백기’를 들었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체육관 구석에 놓인 의자에 앉아 숨을 돌렸다. 평생 겪어본 것 중 가장 긴 50초였다.

크로스핏은 ‘크로스오버 피트니스’의 줄임말로 1995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다. 역도 체조 육상 등 다양한 운동의 요소를 종합해 신체능력 전반을 키워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는 2년여 전 미국에서 이 운동을 체험하고 온 소수 동호인들을 통해 소개됐다. 짧은 시간에 몸짱이 될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급속도로 퍼졌다. 3∼4곳에 불과하던 전문 체육관도 올해 40여곳으로 늘었다.

주 고객층은 트렌드에 민감한 20∼30대다. 이날 남편과 함께 이곳에 운동하러 온 회사원 조정미(30)씨는 “처음에는 호기심에 시작했지만 흥미를 느껴 계속 하게 됐다. 회사에 크로스핏 동호회도 생겼다”고 말했다. 양경진 코치는 “최근 몸짱 열풍으로 운동이 유행하면서 더 큰 자극을 찾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고 있다”면서 “처음엔 매우 힘들지만 혼자가 아닌 여럿이 즐길 수 있는 데다 성취감도 커 웨이트 트레이닝에 지친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듯하다. 올여름 부쩍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