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가 수개월간 주당 20시간이 넘는 초과근무를 하다 쓰러진 경우 공무상 재해로 볼 수 있다고 법원이 판결했다. 임신부의 과로 여부는 일반 근로자와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상덕 판사는 외교부 7급 공무원 성모(29·여)씨가 “공무상 요양 불승인 처분을 취소하라”며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30일 밝혔다.
콜롬비아 주재 대사관에서 근무하던 성씨는 2012년 6월 23일로 예정됐던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을 준비하며 격무에 시달렸다. 성씨는 대사관에서 대사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스페인어에 능통한 직원이었다. 각종 접견 행사와 대통령 숙소 마련 업무를 맡았다. 2012년 1월부터 5월까지 주 평균 20시간, 이 대통령 방문 한 달 전부터는 평균 30시간 초과근무를 했다. 성씨는 결국 이 대통령 방문 전날인 22일 뇌출혈로 쓰러졌다. 성씨는 격무에 시달리다 뇌출혈이 발생했다며 공무원연금공단에 요양 승인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이 판사는 성씨의 근로 수준이 일반적인 기준에서 볼 때 만성 격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준비 기간 중 주당 초과근무 시간이 20∼30시간인 점을 고려하면 견딜 만한 수준이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성씨가 임신한 상태였다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판사는 “근로기준법에 임신 중 여성 근로자의 1주 근로시간은 40시간을 넘지 않도록 정하고 있다”며 “성씨의 업무량이 전보다 증가한 것은 임신부의 보호 의무를 규정한 법률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
법원 “임신부 과로기준 달리 적용해야”
입력 2014-07-31 02: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