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박강섭] ‘홍도의 눈물’ 누가 닦아주나

입력 2014-07-31 02:25

세월호 참사 이후 관광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섬 주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해양국가로 유인도 482개를 포함해 3358개의 섬을 보유하고 있다. 생태계의 보고인 섬은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문화가 독특해 2000년대 들어 섬 관광이 각광받기 시작했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의 ‘가고 싶은 섬’ 시범 사업과 ‘국토끝섬 관광자원화 사업’에 힘입어 섬을 찾는 관광객은 해마다 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김향자 박사의 ‘섬 관광 활성화 방안 연구(2013년)’에 의하면 연안여객선을 이용한 섬 관광객은 지난해 1178만명으로 2017년까지 해마다 7∼8%대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은 세월호 참사라는 돌출변수를 만나면서 암초에 부딪쳤다. 본보 28일자 기사에 의하면 세월호 참사 이후 지금까지 연안여객선을 이용한 관광객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울릉도 45%, 홍도 35%가 줄었다고 한다.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을 맞아 예년 같으면 승선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시기지만 강릉∼울릉을 운항하는 여객선 2척 중 1척은 아예 휴항 중이라고 한다.

실제로 지난 18일 홍도를 가기 위해 찾은 목포연안여객터미널은 텅텅 비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한산했다. 정원의 절반도 안 되는 탑승객 중 상당수는 식자재 등 생필품을 구입한 뒤 섬으로 돌아가는 주민들이라 관광객 수는 더 줄어든다. 여객선에 승선할 때까지 세 번이나 신분증을 확인하는 번거로운 절차를 거쳤지만 승객이 적어 줄을 설 필요도 없었다. 허름하던 민박집 건물들이 리모델링을 거쳐 산뜻한 파스텔톤 건물로 거듭난 홍도는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초상집 분위기였다. ‘한국의 산토리니’로 불리는 홍도에 살고 있는 주민은 100여 세대 430여명으로 90% 이상이 관광업에 종사한다. 홍도 주민의 수입 중 관광 비중이 95%를 차지할 정도로 관광 의존도가 높은 섬이다. 그러나 성수기를 맞은 요즘도 관광객이 적정 수용 인원인 2000명의 절반도 안돼 주민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주민들이 십시일반 투자해 들여온 유람선도 최소 20명이 타야 기름값이라도 나오는데 5∼10명만 승선할 때가 대부분이라 적자만 쌓여간다.

우리나라 섬은 계절적 영향 등으로 외부 환경에 민감한 ‘천수답 관광자원’이다. 태풍이나 폭풍우가 불면 여객선이 뜨지 못하고, 한겨울에는 차가운 바닷바람으로 인해 외면당한다. 백령도 연평도 등 접경지역의 섬은 북한이 대포 한 방만 쏴도 관광객이 뚝 끊긴다. 세월호처럼 사고라도 한 번 나면 섬 관광은 더욱 치명타를 입게 된다.

그런데 세월호 사고가 나자마자 정부는 기다렸다는 듯 수학여행과 공무원들의 단체여행을 금지시켜 섬 관광에 치명타를 입혔다. 네댓 달 벌어 한 해를 먹고사는 섬 주민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탁상행정이었다. 정부가 뒤늦게 수학여행을 허용하고 국내 관광 활성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섬 관광은 쉽게 회복되지 않을 전망이다.

섬 관광 활성화로 주민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안심하고 여객선을 탈 수 있도록 선사의 안전의식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현장에서는 형식적으로 하는 신분증 확인 말고는 크게 달라진 게 없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사 스스로 안전을 담보하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지 않고는 관광객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여름 성수기에 승선료를 10% 할증하는 이기적 행태도 섬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월호 후유증으로 고통 받는 섬 주민들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이제는 섬을 사랑하는 관광객들이 나서야 할 때다. 울릉도와 홍도 등을 운항하는 연안여객선들은 대부분 납작한 형태의 쌍동선이라 웬만한 태풍에도 전복되지 않는 튼튼한 구조다. 안전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무조건 배가 위험하다는 선입견을 떨쳐버려야 할 때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