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블랙홀 7·30 끝났으니 이제 일상부터 챙겨라

입력 2014-07-31 02:39
7·30 재보선은 특정 정파의 승패와 상관없이 정치문화 개선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남겼다. 무려 15명의 국회의원을 뽑는 ‘미니 총선’이어서 정치적 의미가 크긴 하지만 선거기간 동안 국회가 사실상 제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은 작은 문제가 아니다. 여야 지도부가 선거에 올인하다 보니 정치권이 풀어야 할 모든 현안이 선거에 매몰되고 말았다. 민주국가에서 선거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지만 국민을 대변한다는 사람들이 국정 현안을 외면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여야 정당에는 당 대표와 별도로 국회의원들이 직접 선출한 원내대표가 있다. 원내대표는 과거 당 대표의 지휘를 받는 원내총무와 달리 국회 운영과 관련해 전권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재보선 정도는 당 대표에게 맡기고 원내대표는 국회 운영에 관심과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선거기간 동안 새누리당 이완구,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는 선거전 최전방에서 뛰었다. 그러다 보니 각종 협상은 지지부진해 국회는 겉돌기만 했다.

국민적 관심사인 세월호 특별법은 원내대표들이 진정성을 갖고 머리를 맞대면 얼마든지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그들 머릿속은 선거로 꽉 차 있기에 정략적 접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국민들의 다그침에도 오불관언이었다. 세월호 청문회 증인 채택 문제도 제자리걸음이긴 마찬가지다. 정부가 특별히 빨리 다뤄줄 것을 요청한 국가안전관계법, 경제활성화법, 정부조직법 등은 손도 대지 않은 상태다. 국회가 선거에 휘둘린 전형적인 케이스다. 이런 정치문화는 시급히 개선되지 않으면 안 된다.

차제에 재보선의 과열을 막을 수 있는 근본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대선이나 총선, 지방선거 등 전국적인 선거는 정파의 사활이 걸려 있기 때문에 극한 대결을 피하기 어렵다. 하지만 재보선의 경우 선거를 치르도록 원인제공을 한 정당의 공천을 제한하기만 하면 과열될 리가 없다. 사실 선거부정으로 재선거를 치를 때와 의원직을 스스로 내놓거나 박탈당해 보궐선거를 치르는 경우 원인을 제공한 정당은 공천할 자격이 없다. 이 문제 역시 정치문화 개선 차원에서 심도 있게 논의해보기 바란다.

어쨌거나 선거는 끝났다. 국민의 뜻은 세월호 문제를 하루빨리 수습하고 국가 혁신과 경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하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부터 신발 끈을 졸라매야 한다. 취임 후 1년 반을 사실상 허비했기 때문에 갈 길은 참으로 멀다. 불통의 리더십에서 벗어나 국민의 뜻을 한데 모으고 야당에 겸허한 자세로 협력을 요청해야겠다. 새정치연합도 대통령과 여당에 회초리를 들되 당리당략이 아니라 국리민복을 위한다는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 국민들은 정쟁을 지긋지긋하게 생각한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오만과 독선의 굴레에서 벗어나 화합과 협력의 정치를 구현할 때다. 이 또한 재보선에서 드러난 민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