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는 여행의 한 방법입니다. 부엌에 앉아서 세계를 전부 입으로 느끼고 뱃속에 담을 수 있죠.”
올해 고려대 국제하계대학에서 강의를 하게 된 영국 옥스퍼드대 사마르 카티와라(45) 교수는 첫 수업이 있었던 지난 1일 고려대 직원들에게 손수 ‘순두부찌개’를 끓여다줬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지난 28일 고려대 동원글로벌리더십홀에서 만난 그는 “이전에도 여러 두부 요리를 맛봤지만 순두부찌개는 정말 환상적인 요리”라며 “두부의 부드러운 맛에 깊은 감명을 받아 김치, 순두부, 멸치, 다시마 등 필요한 재료를 사다가 요리를 해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인도계 영국인인 그의 취미는 요리다. 한식은 물론 인도, 일본, 중국, 스페인 요리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미국 뉴욕에서 지낼 때 본격적으로 요리에 눈떴다. 그는 “뉴욕은 아주 다양한 음식을 맘껏 즐길 수 있는 도시”라며 “세계 각국의 음식을 집에 와서 하나둘 만들어보기 시작한 게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가 한식에 눈을 뜬 것 역시 뉴욕 코리아타운에서 맛본 순두부찌개 덕분이었다. ‘대장금’ ‘파스타’ 등 요리를 다룬 한국 드라마도 많은 영감을 줬다고 한다. 한식을 만들기 시작한 지 어언 4년이 된 지금은 각종 찌개는 물론 잡채, 콩나물무침, 떡볶이까지 못하는 음식이 없다. 옥스퍼드에 거주하면서부터는 재료를 구하기 어려워지자 직접 순두부를 만들어 먹기까지 했다.
이번이 세 번째 방한인 카티와라 교수는 올 때마다 새로운 한국요리에 눈을 떴다. 2012년 전남 여수엑스포 방문 때는 간장게장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이번엔 찜닭과 닭갈비를 처음 접하고 ‘원더풀’을 연발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을 묻자 잠시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김치찌개를 꼽았다. 그는 “하나만 고르는 것은 할 수 없다. 파전, 삼계탕, 각종 찌개를 자주 만들고 또 좋아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한식에 매료된 이유는 무엇일까. 카티와라 교수는 ‘균형 잡힌 식단’을 꼽는다. 그는 “한 상에 야채, 생선, 고기, 밥이 두루 잘 갖춰져 있고 찌개와 멸치국물에서 우러나는 깊은 맛도 일품”이라며 “일부 외국인은 한식이 자극적이라고 불평하지만 인도 사람인 내게는 강한 향신료와 매운 맛도 매력”이라고 말했다.
카티와라 교수는 은퇴 후 요리학교를 운영하겠다는 소박한 꿈도 가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틈틈이 요리교실을 열고 있는 그는 낯선 사람들을 저녁식사에 초대하고 음식값을 간소하게 받는 ‘서퍼 클럽(supper club)’도 구상 중이다. 2년 전부터는 맛있다는 뜻의 일본어 ‘오이시’에 요리라는 뜻의 구자라트어 ‘라소이’를 더해 만든 요리 블로그 ‘오이시 라소이’도 운영하고 있다. 카티와라 교수는 “요리는 세계 모든 사람을 하나로 이어준다. 이 작지만 멋진 일을 하는 게 내겐 큰 기쁨”이라고 말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사마르 카티와라 옥스퍼드대 교수 “순두부찌개는 정말 환상적인 요리”
입력 2014-07-31 03: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