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을 운영하는 김상진(58·가명)씨는 최근 옆구리가 콕콕 쑤시고 두드러기 같은 포진이 생겨 병원을 찾았다가 생각지도 못한 대상포진 판정을 받았다. 낮에는 더위 때문에 땀을 많이 흘리고 밤에는 열대야로 잠을 못 이뤄 피로가 쌓인 탓이다. 칼로 쑤시는 것처럼 점점 심해지는 통증 탓에 결국 10여일 입원할 수밖에 없었다.
밤낮으로 찌는 듯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대상포진 발병에 빨간 불이 켜졌다. 더위로 인해 스트레스가 쌓이는 여름철에는 체력과 면역력이 약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대상포진은 1년 내내 발생하지만 다른 계절에 비해 여름철인 7∼9월 발병률이 더 높아 요즘 같은 시기에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대상포진은 수두바이러스가 수두를 일으킨 뒤 몸 속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면역력이 약해졌을 때 재활성화돼 발병하는 질환으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8∼2012년 대상포진 진료인원 자료에 따르면, 2008년 약 41만명에서 2012년 약 57만명으로 연평균 8.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시기 월별 진료인원 분석 결과, 7∼9월을 제외한 1∼6월과 10∼12월의 진료인원은 약 5만2000명인 것에 비해 7∼9월의 월 평균 진료인원은 약 6만명에 달했다. 대상포진은 계절에 상관없이 발병하지만 면역력이 약해지는 7∼9월에 약 14% 발병률이 증가한다.
대상포진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면역력이 약화된 사람일수록 발병하기 쉽고 통증 등 위험성이 큰 질환이다. 2012년 대상포진 진료환자의 연령별 분포 자료에 의하면, 50대(25.4%), 60대(17.8%), 40대(16.2%) 순으로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대상포진 환자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통증을 경험한다. 젊은층은 대체로 가볍게 지나가는 반면, 연령이 증가할수록 대상포진 통증 및 합병증 빈도와 중증도는 심각해진다. 대상포진을 겪어본 사람들은 ‘칼로 쑤시는 듯한 고통이다’, ‘얼굴에 번개가 치는 것 같다’, ‘출산 때보다 더 심한 통증’ 등으로 그 고통을 표현하고 있다.
5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의 대상포진은 치료 후 만성적인 통증이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도 더욱 주의해야 한다. 대상포진의 가장 흔한 합병증인 대상포진 후 신경통(PHN)은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통증을 남긴다는 점에서 대상포진보다 심각하다. 전체 대상포진 환자의 9∼15%, 60세 이상 환자의 40∼70%는 포진 후 신경통을 겪는다. 주로 화끈거리거나 쿡쿡 쑤시고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며, 짧게는 수주에서 길게는 수 개월, 수년까지 지속되기도 한다.
안규중 건국대학교병원 피부과 교수는 “대상포진 발병요인으로 가장 중요한 것이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로 인한 면역력 저하이다. 특히 여름철에는 무더위 속에서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피로가 누적될 수 있는데 이런 환경 변화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면 특히 50대 이상의 연령층에서 대상포진이 발병하기 쉽다”며 “결국 대상포진 예방을 위해서는 적절한 휴식이 최선이다. 최근에는 예방백신도 나와 있는 데 50대에서는 70%, 60대 이상에서는 51%의 예방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필요하다면 예방접종도 고려해 볼만 하다”고 조언했다.
이영수 쿠키뉴스 기자 juny@kukimedia.co.kr
대상포진, 면역력 떨어지는 여름철 발병률 14%↑
입력 2014-08-05 02:12 수정 2014-08-05 13: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