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많이 먹어 탈이 나는 시대가 도래해 비만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19세 이상 한국 성인의 비만 유병률은 1998년 26%에서 최근 7년간 31∼32% 수준을 넘어서고, 비만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 지출은 2007년 1조5060억원에서 2011년에는 41%가 늘어난 2조1284억원으로 건강보험 재정에도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비만이 문제가 되는 것은 외모의 문제를 넘어 비만이 만병의 바로미터로 불릴 만큼 다양한 질환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비만과 밀접한 질환은 한국인 320만명 이상이 앓고 있는 당뇨병이다. 통계에 따르면 경도 비만 환자의 당뇨병 발생 위험은 일반인의 2배, 중등도 비만의 경우 5배, 심한 비만의 경우 무려 10배 이상으로 높게 나타난다. 비만인에게 당뇨병이 잘 발병하는 이유는 체중이 늘어나면 인슐린의 작용이 다소 떨어져, 표준 체중인 사람보다 더 많은 인슐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슐린 생산 능력이 감소되어 혈당이 정상 이상으로 상승하는 당뇨병이 발생하게 된다.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비(非)비만형 당뇨병이 많아 치료 시 체중을 크게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비만형 당뇨병이 증가해 국내 당뇨병 환자의 74.7%가 과체중 혹은 비만, 56.8%가 복부비만이며, 특히 여성 당뇨병 환자의 복부 비만율은 58.8%에 이른다. 이와 같이 당뇨병 환자들은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당뇨와 비만을 동시에 치료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당뇨병 환자에게 체중 조절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이에 더해 혈당이 올라가면 혈액이 끈끈해져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비만을 동반한 당뇨병 환자의 경우 지방 세포에서 나쁜 물질이 혈관으로 녹아들어 여러 혈관 합병증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최경묵 고려대 구로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당뇨병이 진단되면 식사, 운동 요법 및 약제 투여를 통해 혈당을 조절하게 되는데 만약 비만을 동반하고 있다면 체중조절이 동시에 필요하다”며 비만 당뇨병 환자에게 있어 체중 조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최근 혈당 강하는 물론 체중과 혈압 감소라는 부가적인 효과까지 갖춘 SGLT-2 억제제(나트륨-포도당 공동 수송체 2억제제) 계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가 출시돼 당뇨병 환자들이 여러 위험 인자를 함께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최초의 SGLT-2 억제제인 포시가는 인슐린에 의존하는 기존 치료제들과는 달리 신장에서 포도당의 재흡수를 막아 체내에 남은 과도한 포도당을 소변으로 배출시켜 혈당을 낮춘다. 더불어 저혈당 위험도가 낮은데다 대부분의 기존 경구용 혈당 강하제와 병용하기가 쉽고 모든 단계의 제2형 당뇨병 환자가 포시가로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
최경묵 교수는 “기존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는 체중을 증가시키거나 유지시키는 데 그쳤으나 SGLT-2 억제제는 혈당 강하 효과와 함께 체중을 2∼4kg가량 감소시키는 이점이 있다”며 “비만이 당뇨병 및 합병증 유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혈당을 낮추는 것은 물론 체중 및 혈압 감소의 이점까지 입증한 SGLT-2 억제제는 비만형 환자가 늘고 있는 한국인 당뇨병 치료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이영수 쿠키뉴스 기자
혈당 강하-체중·혈압 감소 ‘포시가’ 새로운 희망
입력 2014-08-05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