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조민규] 정부 금연정책, 흡연자를 위한 것일까

입력 2014-08-05 02:10

정부가 2004년 이후 10년간 유지돼 온 담뱃값을 올리겠다고 나섰다. 거의 동시에 흡연으로 인한 뇌졸중 환자 사례를 담은 담배 혐오 광고의 방영을 시작했고, PC방에 이어 당구장과 스크린 골프장도 금연구역에 포함시키겠다고 나섰다. 여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은 흡연피해소송을 제기하기까지 했다.

정부가 이토록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한 금연 정책을 펼치는 이유는 뭘까. 최근 발표된 ‘OECD 헬스데이터 2014’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 흡연율은 37.6%로 전체 회원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0년까지 남성 흡연율을 29%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워 놓은 정부로서는 기존의 금연정책만으로는 실효성을 거둘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담배 혐오광고, 담뱃세 인상, 흡연피해 소송 등으로는 흡연자의 금연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흡연자들 역시 담배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사실은 충분히 알고 있고, 금연을 희망하는 경우도 많다. 2012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흡연자의 72.6%는 금연계획이 있고, 55.3%는 금연을 시도해 본 것으로 나타났는데 지난 2011년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의료진을 위한 금연진료 안내서’에 따르면 자신의 의지만으로 6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안내서는 약물치료가 수반될 경우 금연 성공률은 6.5배 이상 높은 26%로 나타났다는 결과도 공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연 치료에 대한 보험급여 등 ‘금연 지원책’은 아직 결정된 것이 없다. 최근 금연에 나선 한 지인은 “금연을 위해 월 20여만원의 비용을 들이고 있다. 금연치료제가 약 13만원이고 금연보조제 등에 5만∼6만원이 추가로 드는데 효과는 있지만 부담도 적지 않다”라고 토로했다. 매일 한 갑씩(2500원 기준) 한 달간 담배를 피울 경우 7만5000원이 드는데 금연을 위해서는 추가로 10여만원을 더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흡연은 거의 모든 종류의 암과 심혈관질환, 뇌혈관질환 등 4대 중증질환의 대부분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빅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비흡연자 대비 흡연자의 질병 발생위험이 평균 2.9∼6.5배 높고, 흡연으로 인한 암·심장·뇌혈관 등 35개 질환의 추가진료비 지출이 연간 1조700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을 강화하겠다고 나선 정부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격으로 치료 방안을 마련하기에 앞서 금연치료 급여화를 통해 질환의 발생과 사회적 부담을 미연에 방지한다면 국민건강 증진과 건강보험 재정 절감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흡연에 대한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사회악’인 담배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자력으로는 4%대에 불과한 금연 성공률에 도전해 보라고 흡연자들을 몰아세우기보다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금연 지원책을 포함한 창조적 금연정책이 조만간 가시화되길 기대한다.

조민규 쿠키뉴스 기자 kioo@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