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들은 ‘∼하더라’라는 소위 카더라 통신을 굉장히 선호합니다. 의사에게 물어보면 혼날 것 같다는 막연한 불안감 때문에 주변인에게 물어서 판단을 내리는데 이렇게 내린 판단은 득보다 실이 많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의사에게 묻는 것이 어렵다면 책을 읽어보세요. 암을 정확히 알아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대구 영남대학교병원 종양혈액내과 이경희 교수(사진)의 연구실은 많은 책들로 혼잡했다. 연구를 위한 것도 있었지만 암환자들이 읽기 편한 대중서적들도 많았다. 모두 환자를 위한 것이었다. 이 교수는 진료실을 찾은 암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 책 한 권씩을 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완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이상한 정보에 빠지기 쉽다. 전문가가 아닌 사람에게 묻는 것은 금물이다. 이때 책 한 권이 치료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TV나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암 관련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이경희 교수는 이 점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들 매체에서 제공하는 의료정보가 모두 올바르다고 말할 수 없다. 과학적으로 검증된 정보인지 따져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처가 불분명하다면 믿지 않는 것이 좋다. 가장 좋은 것은 담당 의사를 통해 얻는 정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가 회진을 돌 때마다 보호자들에게 던지는 첫 질문은 ‘식사 잘하셨습니까’다. 암환자의 영양이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암환자의 불규칙한 식사는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수면을 방해하고 신체적 증상을 초래한다. 몸이 괴로우니 입맛이 살아날 일이 없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암환자의 식사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마음의 안정을 위해서다. 우리가 맛있는 밥을 먹고 나면 기분이 좋듯 암환자도 식사를 잘하면 삶에 대한 의지가 생긴다. 결과적으로는 치료에 대한 용기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홀로 암과 맞서 싸우는 환자들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암은 혼자서 상대하기에는 무척 벅찬 상대다. 가족의 위로와 지지가 절실하다. 하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혼자서 병원을 찾는 암환자도 드물지 않다. 이 경우 대개 식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최근 병원마다 암환자 영양 상담을 해주는 곳이 늘고 있다. 영양 간호사가 환자의 1주일 식단을 짜주기도 하고 환자의 식습관을 살펴서 문제점을 찾아준다. 단식원이나 종교적 모임에 집착하는 경향을 보이는 환자들은 대개 담당의사와 이야기를 많이 나누지 못한 경우다.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병원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교수는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기 어렵다면 식욕촉진제를 이용해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메게이스는 암환자의 떨어진 식욕을 도와주는 약이다. 약을 먹고 나면 즉각적으로 입맛이 살아나는 환자도 있다. 잘 먹게 되니 환자의 삶의 질이 금세 올라간다. 하지만 이 약이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이경희 교수는 “남들이 좋다는 것을 무턱대고 따라하다가 배탈이 나서 힘들게 쌓아올린 면역력을 허무하게 무너뜨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단비 쿠키뉴스 기자 kubee08@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암환자 입맛 없다면 ‘식욕촉진제’ 복용도 방법”
입력 2014-08-05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