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침몰하던 긴박한 순간에 단원고 한 학급 반장이 30여분 동안 친구들의 탈출을 돕다가 마지막 순간 구조된 사실이 법정에서 밝혀졌다.
29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광주지법 형사11부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단원고 생존 학생들은 이 학교 한 학급 반장 신모(17)군이 먼저 탈출할 수 있었는데도 배에 남아 친구들의 탈출을 도왔다고 밝혔다.
학생들에 따르면 신군은 사고 당시 3층 출입문 가까운 놀이방 근처에 서 있다가 배가 급격히 기울면서 사람, 짐, 자판기 등이 쏟아지자 밖으로 나가지 않고 친구들의 숙소가 몰려 있는 복도로 이동했다. 신군은 물이 차오르는 와중에도 방을 돌아다니며 비치된 구명조끼 9개를 복도로 꺼내왔고 이어 방을 돌며 친구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줬다.
신군이 건네준 구명조끼를 입고 구조된 A양은 “구명조끼를 입으라는 방송을 듣지 못했는데 반장이 방을 돌아다니며 구명조끼를 꺼내와 친구들에게 줬다”고 증언했다.
신군은 이렇게 친구들의 탈출을 돕다 마지막 순간에 간판으로 대피해 있던 일반인 승객들이 복도로 내려준 구명줄을 잡고 갑판으로 올라가 구조됐다.
학생들은 이틀째인 이날 증인신문에서도 해경이 사고 당시 구조에 소극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4층 선실에 머물던 B양은 “옆방에 있던 아저씨가 커튼을 뜯어 만들어 내려준 로프를 잡고 갑판에 도착해 보니 해경이 계단 옆 외벽에 서 있었다”고 말했다. 배 안에 사람이 많다고 말해줬느냐는 검사의 질문에는 “해경이 위에서 다 볼 수 있는 상황이었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며 “친구로부터 해경이 ‘올라올 수 있는 사람은 올라오라’는 말을 했다고 들었다”고 대답했다. C양은 “갑판에 있던 해경이 가만히 있다가 어느 순간 사라졌다”고 증언했다.
한 학생은 “대기하다 탈출하는 데 1시간 정도 걸렸으니 처음부터 대피하라고 했으면 훨씬 많이 살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학생들은 승객을 버리고 먼저 탈출한 승무원을 엄벌해 달라고 호소하며 증언을 마무리했다.
안산=강희청 기자 kanghc@kmib.co.kr
세월호 침몰 순간 ‘의로운 반장’ 있었다
입력 2014-07-30 04:37 수정 2014-07-30 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