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공개수배자이던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운전기사 양회정(56·사진)씨가 29일 검찰에 자수했다. 그는 '유 전 회장 사망으로 인한 정신적 충격'에 자수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국내 핵심 조력자 전원이 자수 또는 검거됐다. 그러나 양씨마저 5월 25일 검찰의 전남 순천 '숲속의 추억' 별장 수색 이후의 유 전 회장 행적은 모른다고 말해 그의 사망 원인과 경위 규명은 어려워졌다. 사망 직전의 유 전 회장은 핵심 측근들이 모두 떠난 고립무원 상태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이헌상 2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8시쯤 양씨가 인천지검에 찾아와 자수했다고 밝혔다. 양씨는 검찰 조사에서 "유 전 회장 사망 소식을 접한 뒤 충격을 받고 사흘 전부터 자수할지 갈등했다"며 "어제 아내(유희자·52)가 석방되는 것을 보고 자수를 결심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양씨는 유 전 회장의 최후에 대한 단서를 갖고 있는 인물로 지목돼 왔다. 5월 3일 유 전 회장과 함께 순천 별장에 내려간 이후 근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야망연수원에서 생활하며 도피를 도왔다. 평소 유 전 회장의 식사 준비를 담당했다는 '김엄마'와 함께 음식을 나르느라 경기도 안성 금수원과 별장을 5∼6차례 오갔다고 한다. 별장 2층 밀실도 원래 있던 공간을 그가 수리해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씨는 검찰의 별장 수색 직전인 5월 25일 새벽 야망연수원을 수색하러 온 수사관을 보고 도주했다. 전북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 차를 버린 뒤 금수원으로 들어간 양씨는 김엄마를 만나 대책을 논의했지만 유 전 회장을 다시 구하러 가진 않았다고 한다.
양씨는 이후 2개월간 금수원에서 계속 머물렀다고 진술했다. 검찰이 지난달 12일부터 이틀간 금수원을 대대적으로 2차 압수수색할 때도 자재창고에 작은 공간을 마련해 숨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검찰은 별장 급습 때 밀실에 숨은 유 전 회장을 찾아내지 못한 데 이어 다시 수색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 전망이다. 검찰은 검·경 1만명과 땅굴탐지기까지 동원해 금수원을 수색했었다. 당시 일부 수사관은 금수원 대강당에서 낮잠을 자는 모습이 포착돼 망신을 사기도 했다.
양씨는 유 전 회장에 대해 "5월 23일∼24일쯤 별장에서 본 것이 마지막이었다"며 "이후 따로 연락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유 전 회장 사망 경위에 대해서도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검찰은 허위 진술일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사실관계를 따지고 있다. 이날 양씨를 귀가시키지 않고 인천구치소에서 잠을 재웠다.
검찰이 양씨로부터 유의미한 진술을 얻어내지 못할 경우 유 전 회장의 사망 경위는 미궁에 빠질 수 있다. 측근들은 유 전 회장을 별장에 두고 도망칠 당시 '제3의 조력자'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주장대로라면 유 전 회장은 밀실에 숨어 검찰의 급습을 따돌린 뒤 별장 뒤편 야산으로 '홀로' 도주하다 사망했을 가능성이 커진다.
》관련기사 3면
인천=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양회정 “자재창고에 숨어있었다”
입력 2014-07-30 04:35 수정 2014-07-30 0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