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일가 수사] 양회정 “5월 25일 이후 줄곧 금수원에 있었다”

입력 2014-07-30 03:53
29일 검찰에 자수한 양회정(55)씨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오랜 ‘충복’이었다. 유 전 회장이 도망길에 오르자 벤틀리 차량을 몰고 전남 순천까지 수행도 했다. 그런데 검찰 포위망이 순천 송치재휴게소 인근으로 좁혀가던 지난 5월 25일 양씨는 유 전 회장을 ‘숲속의 추억’ 별장에 남겨둔 채 도피했다. 이후에도 유 전 회장을 찾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유 전 회장은 조력자들과 단절된 채 처참한 최후를 맞아야 했다. 양씨는 ‘그날’ 왜 유 전 회장 곁을 떠나 돌아오지 않았을까.

양씨는 5월 23일 혹은 24일 ‘숲속의 추억’에서 유 전 회장을 마지막으로 봤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후 별장에서 1㎞ 떨어진 야망연수원에 머물렀고 다음날 새벽 3시쯤 검찰 수사관들이 찾아왔다 돌아간 직후 빌린 EF쏘나타를 타고 전북 전주의 처제 등을 찾아갔다. 자신이 노출된 만큼 제3의 조력자를 포섭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양씨는 당시 몇 개의 검거팀이 움직이고 있다고 판단해 별장 쪽 상황은 알아보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전주의 처제 부부에게 “회장님을 두고 왔다. 구하러 가자”고 제안했지만 처제는 “온집안 망할 일 있느냐”며 거절했다. 양씨는 결국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 차량을 버려두고 금수원으로 돌아갔다. 양씨의 상황 보고를 받은 금수원 측이 도피 조력자들이 연이어 체포되던 상황을 감안해 그에게 ‘복귀’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양씨는 전주 장례식장에서 유 전 회장인 것처럼 변장하는 등 끝까지 수사에 혼선을 주려 했다. 그는 “금수원에서 ‘김엄마’ 김명숙(59)씨를 만나 같이 걱정하면서 여러 얘기를 나눴다”고 진술했다.

양씨는 그 무렵 이미 유 전 회장이 검찰에 붙잡혔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종료됐다면 뒤늦게 현장으로 간다 한들 꼬리만 잡힐 거라고 여겼을 수 있다. 그러나 당일 오후 늦게부터 ‘유 전 회장 검거 실패’와 ‘여비서 신모(33)씨 체포’ 소식이 언론에 보도됐다. 그럼에도 양씨나 구원파 측이 유 전 회장 소재 파악을 위한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았다는 대목은 의문이 남는다. 양씨는 “잡힐 게 두려웠다. 겁이 나서 다시 못 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양씨가 금수원에 복귀했다가 곧 빠져나와 종적을 감춘 것으로 판단해 왔다. 그러나 그는 “5월 25일 이후 줄곧 금수원 내에 있었다. (검찰 압수수색을 할 때) 자재창고 한쪽에 숨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이라면 유 전 회장이 완전히 연락 두절돼 생사불명인 상황인데도 최측근은 숨어만 있었다는 말이 된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