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Go 보Go 싶은 경남-하동군] 강과 산 그리고 문학의 땅… 그곳에 가면 누구나 주인공

입력 2014-08-02 02:05 수정 2014-08-02 15:36
경남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공원 전경. 관광객들을 위해 대형 주차장과 캠핑장 등이 구비돼 있다. 넓은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 왼쪽 강은 섬진강이다. 이곳은 어린이들의 재첩잡이 체험학습장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하동군 제공
박경리의 '토지' 소설 속 최참판댁이 한옥과 초가 등 14동으로 재현돼 있다.
경남 하동군은 유난히 소설의 무대가 많다. 고단하고 팍팍한 민중의 삶이 고스란히 스민 지역이기도 하다. 우리 역사의 축소판이자 민초들의 수난사를 대변하는 곳이다. 이처럼 진중한 삶의 무대는 수많은 문화재와 삶의 현장을 남겼다.

◇쌍계사=경남 하동군 화개면 운수리 지리산 자락에 있는 쌍계사는 원래 옥천사였다. 신라 성덕왕 21년(722) 의상대사의 제자인 대비와 삼법이 당나라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창건한 사찰이다. 문성왕 2년(840)에 진감국사가 선사의 도풍을 기려 ‘쌍계사’라는 사명을 내렸다. 쌍계사는 국보 1점, 보물 6점의 지정 문화재와 칠불암, 국사암, 불일암 등 부속암자가 있다.

◇화개장터=화개는 지리산 맑은 물이 흘러 내려와서 섬진강과 만나는 곳이다. 경남과 전남을 이어주는 화개장터는 해방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5대 시장 중 하나였다. 전국의 어느 시장보다 많은 사람이 붐볐던 곳이다. 지리산 화전민들은 고사리, 더덕, 감자 등을 가지고 와서 팔고 전라도 구례, 경남 함양 등 내륙지방 사람들은 쌀보리를 가져와 팔았다. 여수, 광양, 남해, 삼천포, 충무, 거제 등지의 사람들은 뱃길을 이용해 미역, 청각, 고등어 등 수산물을 가득 싣고 와 팔았다.

김동리의 소설 ‘역마’의 무대이기도 한 화개장터에서 쌍계사까지 이어지는 도로변은 봄이면 환상적인 벚꽃터널을 이룬다.

◇최참판댁=박경리의 대하소설 ‘토지’의 무대로 유명한 악양 평사리는 섬진강이 주는 혜택을 한 몸에 받은 땅이다. 평사리가 위치한 지명인 악양은 중국의 악양과 닮았다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토지’의 배경인 이곳 평사리에 소설 속 최참판댁이 한옥과 초가 등 14동으로 재현됐다. 조선후기 우리민족의 생활모습을 재현해 놓은 토지 세트장이 잘 조성돼 있고 인근 평사리 문학관도 좋은 구경거리다. 매년 가을이면 전국 문인들의 문학축제인 토지문학제가 열린다.

◇삼성궁=청암면 묵계리에 있다. 지리산 청암면 청학동 산길을 휘돌아 1.5㎞가량 걸으면 해발 850m에 삼성궁이 자리하고 있다. 정확한 명칭은 ‘배달성전 삼성궁’이다. 이 고장 출신 강민주(한풀선사)가 1983년에 고조선시대의 소도(蘇塗)를 복원했다. 외부인의 출입을 제한하고 수행자들이 신선도를 수행하는 도장이다.

◇평사리공원=하동읍과 구례의 중간 지점에 위치해 있다. 화개장터와 쌍계사 등을 찾는 관광객에게 충분한 휴식과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대형 주차장과 캠핑장, 농구장 등이 구비돼 있다. 넓고 하얀 백사장과 장승 동산을 조성했을 뿐만 아니라 재첩잡이 체험도 할 수 있어 어린이들의 학습 체험장으로도 활용 할 수 있다. 매년 11월초에는 옛날 임금에게 진상했다는 대봉감 축제가 열린다.

◇금오산=하동군의 동쪽 남해 연안에 위치한 높이 849m의 웅장한 산이다. 금오산에 남아있는 금오산 성지는 고려 때 왜구를 막기 위해 축성했다고 한다. 지금도 성을 쌓은 돌이 그대로 남아 있으나 성체는 무너졌고 흔적만 이끼 속에 흩어져 있다. 하동군 금남면 노량리에 있었던 연대봉 산성은 작은 성으로 옛날 봉화를 올리던 곳이다. 왜구를 방어하던 요새가 있었던 곳으로 남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화개계곡=화개장터에서 의신마을까지 약 16㎞의 화개계곡은 수많은 역사와 수려한 자연, 명승이 여기저기 산재해 있다. ‘십리 벚꽃길’을 따라 오르면 야생차나무의 파란 잎이 돌 틈에서 솟아오르고 천년의 역사 속에 죽로차향의 향기가 코끝에 스쳐온다. 깊은 계곡 언저리 푸른 숲은 온통 차밭이다. 화개십리 벚꽃 길은 수십년을 헤아리는 벚꽃나무가 길 양쪽으로 줄지어 늘어서 있다. 봄철이면 십리길 벚꽃과 시냇가 버들강아지, 들판의 보리밭이 어우러져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을 선사한다.

하동=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