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총선’인 7·30재보선이 한여름에 치러지면서 여야 지도부가 탈진했다. 지역이 전국에 흩어져 있는 데다 수도권 6곳 등 막판 초접전 지역이 늘어나면서 무더위와 살인적인 일정에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악전고투에 약을 달고 다니는 것은 기본이고 수액(링거) 주사를 맞으며 현장을 쫓아다니는 것도 예사였다. 그러면서도 막판까지 깜짝 복장과 이벤트 행사 등 유권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힘들어도 우야겠노”
지난 27일 서울 동작을 유세현장에서 만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눈밑에는 ‘다크 서클’이 확연했다. 김 대표는 특유의 부산 사투리로 “힘들지만 우야겠노”라고 혼잣말을 읊조리며 트럭을 개조한 나경원 후보의 유세 차량에 올랐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6·4지방선거 이후 7·14전당대회라는 대혈전을 치렀고, 곧장 이번 재보선에 뛰어들면서 지칠대로 지쳤다. 김 대표는 급기야 지난 23일 국회 의무실에서 링거까지 맞았다. 한 측근은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방선거가 본격화된 지난 5월 이후 7월 말까지 석 달 동안 하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강행군을 이어가다 보니 몸에 이상이 왔다”고 귀띔했다.
성대결절에도 하루 10번 연설
서청원 최고위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7·14전당대회를 준비하며 너무 무리해 ‘성대결절’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재보선 지원에 나서지 않을 수 없어 매일 아침 이비인후과를 들른 뒤 약을 먹으며 지원유세에 동참했다. “연설만은 하지 말라”는 의사 지시도 귓가로 흘리고 하루 10여 차례 넘게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 재보선에서 화제는 새누리당의 흰색 반바지 선거 운동복이었다. 윤상현 사무총장과 조동원 홍보기획본부장의 합작품이었다. 윤 총장은 “꼭 입어야 하냐”며 주저하는 일부 당직자들을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김 대표도 지난 28일 경기 평택을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반바지를 입은 뒤 당직자들에게 “괜찮아 보이냐”며 걱정스럽게 물었다는 후문이다.
조 홍보본부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반바지 선거 운동복은 ‘권위를 벗고 혁신을 입었다’는 의미”라고 부연했다. 옷 한벌 제작경비에 대해선 “매우 싼 가격이지만 비밀”이라고 했다.
삼복더위에 감기약 달고 지내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와 박영선 원내대표는 ‘3인 3색’ 선거전을 치렀다. 김 대표는 무더위 속에 감기까지 걸리는 바람에 약을 달고 이번 선거전을 치렀다. 유난히 땀이 많은 체질이어서 삼복더위 유세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한 지도부 인사는 “김 대표가 선거 도중에 ‘개인 사정이 있다’며 어딜 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병원에 다녀왔다더라”며 “김 대표가 지난해 취임 이후 시청 앞 노숙투쟁, 전국 버스투어, 6·4지방선거 등을 치르면서 체력이 바닥난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주로 고속도로 휴게소나 KTX에서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했다. 밥 먹는 시간마저도 직접 유세 원고를 쓰거나 다듬었다고 한다.
두 공동대표의 역할 분담도 눈길을 끌었다. 김 대표는 선거운동 기간 국회 의원회관에서 대부분 숙식했고, 안 대표는 선거 지역에서 잠을 잤다. 김 대표는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진행 중이라 국회를 지켰고, 안 대표는 선거 현장을 책임진 것이다.
식사 주메뉴는 KTX 도시락
안 대표는 거의 같은 복장으로 후보자 지원 유세에 나섰다. 파란색 운동화와 하늘색 셔츠가 그것이다. 당 색깔인 푸른색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안 대표 측은 최근 트위터를 통해 ‘안철수, 7·30을 달리다’라는 제목의 사진 편집물을 올렸다. 사진 속의 안 대표는 후보자 사무실 개소식에 참여해 지지 유세를 하거나 파란색 운동화를 건네주고 있었다.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가족’과 함께하는 선거전을 치렀다. 박 원내대표는 세월호 참사 100일을 하루 앞둔 지난 23일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함께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서울광장까지 ‘1박2일’ 도보순례를 했다.
하윤해 임성수 기자
[정치 인사이드-뜨거웠던 7·30 레이스] 살인적 일정 소화한 여야 지도부 무더위에 탈진… 링거 투혼까지
입력 2014-07-30 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