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일가 수사] 양회정 “금수원 돌아와 ‘김엄마’와 여러 얘기 나눴다”

입력 2014-07-30 02:19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를 도운 일명 ‘김엄마’ 김명숙씨가 29일 오전 이틀째 조사를 받기 위해 모자를 눌러쓴 채 인천지검 청사에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29일 검찰에 자수한 양회정(55)씨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오랜 ‘충복’이었다. 세월호 참사가 있기 전까지 경기도 안성 금수원 인근에 있는 ‘오곡리 별장’을 관리하며 유 전 회장의 운전기사 역할을 했다. 유 전 회장이 도망길에 오른 뒤에도 그의 벤틀리 차량을 운전해 전남 순천까지 수행했다. 그런데 검찰 포위망이 순천 송치재휴게소 인근으로 좁혀가던 지난 5월 25일 양씨는 유 전 회장을 ‘숲속의 추억’ 별장에 남겨둔 채 홀로 탈출했다. 이후에도 유 전 회장을 찾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유 전 회장은 조력자들과 단절된 채 참혹한 최후를 맞아야 했다.

양씨는 5월 23일 또는 24일 ‘숲속의 추억’에서 유 전 회장을 마지막으로 봤다고 진술했다. 그는 이후 별장 인근 야망연수원에 있다가 다음날 새벽 3시쯤 검찰 수사관들이 찾아왔다 돌아가자 빌린 EF쏘나타 차량을 타고 전북 전주의 처제 집으로 달려갔다. 그는 처제 부부에게 “산 속에 회장님을 두고 왔다. 구하러 가자”고 제안했지만 처제는 “온 집안 망할 일 있느냐”며 거절했다고 한다. 양씨는 당일 전주의 한 장례식장에 이 차량을 버려두고 미용실에서 염색까지 한 뒤 금수원으로 돌아갔다. 양씨가 공중전화로 상황을 보고하자 금수원 측은 유 전 회장의 도피를 돕던 조력자들이 연이어 체포되는 상황을 감안해 그에게 ‘복귀’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 양씨는 검찰에서 “금수원으로 돌아간 뒤 ‘김엄마’ 김명숙(59)씨와 여러 얘기를 나눴다”고 진술했다.

양씨는 그 무렵 이미 유 전 회장이 검찰에 검거됐거나 도피한 것으로 판단했을 수 있다. 검거됐다면 이미 상황이 종료된 것이고, 도피했다면 오히려 꼬리가 잡힐 수 있다는 생각에 별장으로 돌아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가 전주 장례식장에서 유 전 회장인 것처럼 흉내를 내며 걸은 이유는 끝까지 수사에 혼선을 주려 한 의도로 풀이된다.

양씨는 이후에도 순천 지역이나 별장 인근으로 유 전 회장을 찾으러 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당시는 언론이 유 전 회장 검거 실패 소식을 전하고 있을 때다.

검찰은 양씨가 금수원에 복귀했다가 곧 빠져나온 뒤 종적을 감춘 것으로 판단해 왔다. 그러나 그는 자수하기 전인 지난 28일 한 주간지와 만나 “5월 25일 이후 줄곧 금수원 내에 있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했던 지난달 12일에는) 자재창고 쪽에 조그만 공간을 확보해 거기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 관계자는 “객관적 확인을 거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