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수 살리기 세제 개편] 해외 투자에 대한 특혜 줄여 기업 투자 국내로 유인

입력 2014-07-30 03:10
배당도 배당 나름이다. 정부가 배당소득증대세제를 신설키로 하는 등 기업의 배당을 독려하고 나섰지만 해외자회사를 통해 기업들이 받는 배당이익에는 과세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해외투자를 독려하며 세제상 혜택을 주던 세제정책이 해외보다 국내 우선 기조로 바뀐 셈이다.

◇내수 살리기 위한 세제정책의 방향 전환=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이 해외 세정당국에 낸 법인세를 국세청이 환급해주는 외국납부세액공제액도 2008년 9010억원에서 2012년 2조4415억원으로 3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중 기업들은 지분율이 10%만 넘으면 해외 자회사로부터 송금 받은 배당수익을 100% 돌려받았다. 국내 기업은 해외과세 당국에 배당수익을 포함해 법인세를 냈지만 우리 국세청에는 배당수익에 대해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은 것이다.

정부가 1995년 이 제도 신설 이후 ‘남만 좋은 일’을 지속해온 이유는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기 위해서였다. 국내에 안주하지 말고 해외로 나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한 혜택을 줘 온 것이다.

그러나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이후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내수 활성화 기치를 내걸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은 배당수익을 100% 돌려받게 하는 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로 기업은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지만, 가계도 정부도 이를 통해 득볼 것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이 배당을 늘리면 소액주주가 혜택을 보지만 일반 국민이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 지분을 보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정부 관계자는 29일 “국내에 일자리가 없다고 난리인데 기업들이 해외로만 나가고 있다”며 “이를 강제로 막을 순 없지만 국내 자회사 배당소득 과세와 해외 자회사 간에 형평성은 맞춰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내유보금 중 투자·임금·배당에 쓴 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에 대해 일정세율로 과세를 하는 기업환류소득세제를 신설하면서 해외 투자액은 공제액으로 잡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시행 문제없다”지만 기업 반발 예상=간접외국납부세액공제 제도는 법인세법 시행령 사항이다. 세법을 고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국회를 거치지 않고 정부가 입법예고한 뒤 시행하면 된다. 그러나 기업들의 반발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홍성일 금융조세팀장은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소득에 대해 해외 과세 당국과 국세청에 이중으로 세금을 내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자회사의 배당소득 과세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이중과세 논란은 없겠지만 기업들이 해외 소득을 해외에 쌓아놓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대 강성태 교수는 “기업들이 해외 소득을 국내로 가지고 들여올 유인은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과도하게 소득을 쌓아놓고 국내로 들여오지 않을 때는 과도한 유보소득을 내국인에 배당한 것으로 간주해 과세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다고 설명했다.

세종=이성규 이용상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