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석교회, 투명재정으로 제2 성장 선언

입력 2014-07-30 03:41
서울 성석교회 편재영 목사(오른쪽 두번째)와 장로들이 28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교회 재정의 투명함을 통한 ‘제2의 성장’을 선언하고 있다.
교회 홈페이지에 실린 지난달 결산보고서.
‘내가 낸 헌금이 어디에 쓰일까. 목사님 사례비는 얼마이고 이번 행사에 얼마를 썼을까.’

교회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다는 ‘헌금관리’. 하지만 결산 보고서를 매달 인터넷과 서면으로 공개하며 모범을 보이는 교회가 있다. 서울 강서구 곰달래로 성석교회(편재영 목사)가 그곳.

교회는 지난 5월부터 매달 초 홈페이지(sungsuk.or.kr)에 결산내역을 원 단위까지, 실명(공산권, 이슬람권 선교사는 제외)으로 공개하고 있다. 담임목사와 원로목사, 부목사의 사례비는 물론이고 교회학교 운영비, 차량유류비, 간식비, 선교 및 구제비, 신문대금, 도시가스 요금 등 자질구레한 지출내역까지 알려준다.

그래도 궁금한 점이 있어 재정 담당자나 목회자 등에게 문의하면 수입과 지출 내역에 관해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교회 성도는 물론 누구든지 들어와서 결산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재정에 관여하지 않는 감사 두 명이 매달 헌금 사용의 적합 여부를 확인하고 서명한다.

5000여명이 다니는 성석교회가 이처럼 재정을 공개한 것은 수 년 전 원로목사 사례비 문제 등으로 분쟁을 겪은 데다 일부 교회에서 발생한 횡령, 세습, 재산사유화 등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자극을 받았기 때문이다.

담임 편재영 목사와 임삼진, 지인남, 문종근 장로 등은 재정 공개가 교회의 신뢰도를 높이는 첫 단추라는데 의견을 함께했다. 교회는 재정공개 안건이 지난 3∼4월 당회와 공동의회를 거쳐 확정되자 지난해 12월 사용분부터 소급 공개하고 있다.

처음엔 헌금 사용의 적합성과 과다를 지적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목회자의 개인소득 등 사생활 공개에 대한 일부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재정공개의 순기능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헌금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의심이 많이 사라졌고 방만한 비용 지출도 줄었다. 교회 살림과 운영에 대한 성도들의 신뢰 확보와 간증은 교회 성장의 가장 큰 자산으로 작용했다.

28일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기자회견을 연 성석교회는 투명한 재정보고를 통한 ‘제2의 성장’을 선언했다. 앞으로 정관개정 등을 통해 헌금 사용의 기본원칙을 세우기로 했다.

1978년 6월 설립된 성석교회는 매일 지역주민과 아이들로 북적인다. 영어와 중국어로 진행하는 교회학교와 예배, 아기영어학교, 아카데미선교관 등에 주민의 발길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필리핀 현지 신학생·결식아동에게 장학금과 급식을 제공한다. 매달 경로당에 ‘사랑의 쌀’도 전달한다.

편 목사는 “한국교회가 사회를 계몽하는 본연의 역할을 다하려면 전도 및 구제활동도 중요하지만 재정보고서를 공개해 투명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