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장에 가지 않고도 마권을 구입해 도심에서 베팅할 수 있게 한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는 대폭 축소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주택가에 인접한 경우가 많아 불필요한 사행심리를 부추기고 도박중독 가능성을 높인다는 이유에서다. 국내 경마산업을 주관하는 한국마사회는 사행산업 담당기관 평가에서 장외발매소 운영과 관련해 가장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무조정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는 29일 '2013년 사행산업 시행기관 건전화 평가 보고서'에서 마사회의 장외발매소 매출구조 및 운영제도 개선 실적을 주요 부진 항목으로 꼽았다. 사감위는 "지난해 마사회의 총매출 대비 장외발매소 매출 비중이 72.4%로 전년보다 더 늘어났다"며 "장외발매소를 단계적으로 이전·축소하고 장외발매소 매출 비중을 최소한 전년보다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운영제도 개선에 따른 실적 위주 관리보다 장외발매소에 대한 지역주민의 인식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라"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장외발매소가 주택가와 가깝게 자리잡고 있어 도박중독 가능성을 높인다고 본다. 특히 장외발매소의 매출 비중이 70%가 넘는 것은 지나치다는 평가다. 이는 사감위가 제시한 장외발매소 비중 목표치(50%)보다 20% 포인트 이상 높은 것이다. 사감위 관계자는 "장외발매소에서는 경기를 화면으로만 접하기 때문에 이용자들이 베팅에 치중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실제 경기를 접하는 본장(경마장)보다 도박중독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지적이 나온 건 처음이 아니다. 사감위는 지난해 보고서에서도 마사회의 지나치게 높은 장외발매소 매출 비중을 문제 삼았다. 2012년 장외발매소 매출 비중(72.2%)도 그 전 해보다 증가했다. 사감위는 장외발매소를 줄이고 본장(경마장)의 수익을 늘리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감독기관이 지속적으로 같은 문제를 지적하는데도 장외발매소 의존도는 계속 커지고 있다.
그러나 마사회는 최근 서울 용산 화상경마장을 둘러싼 논란에서 보듯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현명관 마사회장은 지난 10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해 "3개월간 시범운영을 한 뒤 결과가 나쁘다면 용산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를 폐쇄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평가에서 마사회의 장외발매소 운영 점수는 3.0점으로 경륜 종목의 국민체육진흥공단(4.2점) 부산지방공단스포원(4.7점) 창원경륜공단(3.2점), 경정 종목의 국민체육진흥공단(4.1점) 등 평가 대상 기관 중 가장 낮았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단독] 사감위 “화상경마장 대폭 축소해야”
입력 2014-07-30 03: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