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도피 기획자로 알려진 김명숙(59·일명 ‘김엄마’)씨, 운전기사 양회정(55)씨, 그의 부인 유희자(52)씨가 이틀 사이 한꺼번에 자수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은 유 전 회장 사망 소식이 확인되자 각본이라도 짠 듯 1주일 만에 같은 방식으로 자수했다.
양씨는 29일 오전 6시29분쯤, 김씨와 유씨는 전날 오전 6시쯤 인천지검 당직실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자수 의사를 밝혔다. 아침 일찍 검찰청에 택시를 타고 나타난 점까지 일치했다. 검찰에 전화할 때 양씨는 경기도 안성의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 본산인 금수원에, 김씨와 유씨는 서울 태릉에 머물렀다는 점만 달랐다.
이들은 모두 불구속 수사 방침에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자수를 결심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지검 특별수사팀은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주범인 유 전 회장이 사망해 처벌 가치가 떨어진 만큼 이달 말까지 자수하면 도피 혐의에 대해서는 불구속 수사하는 등 선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었다.
구속을 감수하고 도피 행각을 함께할 정도로 마음을 썼던 유 전 회장이 주검으로 발견되자 상실감에 빠져 자수를 결심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장기간 도피 생활로 피로감이 가중된 상황에서 도피의 이유와 목적이 사라져 심적 부담도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씨도 검찰 조사에서 “유 전 회장 사망 소식에 충격을 받아 사흘 전부터 자수할지 갈등하다 전날 아내가 석방되는 것을 보고 자수를 결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들의 자수 방식이 똑같다는 점에서 사전 모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선처 방침이 나온 뒤 자수를 모의하면서 유 전 회장의 행적 등에 대해 말을 맞췄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마지막까지 유 전 회장과 함께해 여러 ‘비밀’을 알고 있는 양씨가 김씨보다 늦게 자수한 것도 검찰이 약속을 정말 지키는지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하다. 다만 김씨는 검찰에서 “5월 27, 28일 금수원에서 나온 뒤 유희자씨와 함께 지냈으며 양씨와는 연락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
[유병언 일가 수사] 3인 ‘닮은 꼴’ 자수, 사전 모의 가능성
입력 2014-07-30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