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 업체들 잇따라 해외로… 국내 일자리 감소·소비 위축 우려

입력 2014-07-30 02:01
국내 자동차 및 차 부품 업체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국내 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차 터키공장 직원들이 지난 14일 조립을 마치고 나온 i10의 품질 검사를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터키공장은 이날 100만대 생산을 돌파했다. 현대차 제공

국내 자동차 및 차 부품 업체들이 잇따라 해외에 공장을 짓고 있다. 최근엔 환율 변수가 이들 업체의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는 분위기다. 업계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입장이지만 국내의 산업 공동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아자동차는 멕시코 북동부 누에보레온주(州)에 자동차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29일 “현지 주 정부와의 논의가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공장 건설에 관한 협약식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누에보레온주 정부는 8월 둘째 주 안에 결론이 나길 원하고 있어 조만간 공식 발표가 예상된다. 기아차는 15억 달러(약 1조5300억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현대자동차도 중국 충칭에 제4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도 해외 생산기지 확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체코에 연산 75만대 규모의 자동차 램프 생산 공장을 2017년까지 짓는다. 완공되면 이 회사의 해외 공장은 모두 20곳으로 늘어난다. 만도도 올 들어 폴란드와 중국 선양, 미국 조지아주 등에 잇따라 공장을 준공하는 등 글로벌 생산망을 확대하고 있다. LG하우시스는 시트 등 자동차 원단을 만드는 공장을 미국 조지아주에 짓기 시작했다. 금호타이어도 최근 같은 주에서 타이어 공장 건설을 재개했다.

업체들은 그동안 낮은 인건비와 물류비, 안정적 노사관계, 현지 지방정부의 지원 등을 해외 공장 건설의 이유로 들었다. 최근에는 환율 변동이 업계의 해외 공장 건설을 ‘합리적 선택’으로 만들고 있다. 상반기 업체별 실적을 보면 현대·기아차가 나란히 영업이익 감소를 기록한데 반해 모비스는 7.2% 이익이 늘었다. 현대·기아차는 수출을 통한 판매가 상당한 비중이어서 원·달러 환율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반면 모비스는 국내 및 해외에서 현지공급 체계를 갖춰 환율 변수에서 자유로웠다. 현대차와 기아차 중에서도 해외 생산 비중이 낮은 기아차의 영업이익 감소폭이 더 컸다.

더욱이 최근 쌍용자동차와 한국GM이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기로 해 국내 인건비는 더 늘어나는 추세다. 이원희 현대차 재경본부장은 지난 24일 실적 발표에서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비중을 계속 줄여나가고 해외 공장 생산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기업들의 해외 공장 건설이 국내 일자리 감소와 소비 위축 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기아차 공장이 있는 광주에서는 요즘 멕시코 공장 건설 소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생산물량 감소로 일자리가 줄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기계·전자산업팀장은 “국내 생산물량이 줄어드는 문제는 노사정이 서로 양보하고 협력해야 풀 수 있다”면서 “대당 수출 금액이 높은 중대형차 위주로 국내 생산라인을 개편하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