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사율 90%’ 최악 에볼라 바이러스 서아프리카 확산

입력 2014-07-30 02:16

1976년 이후 최악의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 전역을 강타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월부터 이달 23일(현지시간)까지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등 3개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1201명이며, 이 중 절반이 넘는 672명이 사망했다고 28일 밝혔다.

영국 BBC방송은 “76년 중앙아프리카인 콩고민주공화국과 수단에서 431명의 목숨을 앗아갔던 때보다 지금이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WHO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서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전례가 없는 데다 확산 속도가 빨라 전 세계에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료제나 백신이 아직 나오지 않았고, 치사율이 90%에 이르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지 못하면 손쓸 방법이 없다. ‘공포의 바이러스’로 불리는 이유다.

서아프리카에서는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다. 지금까지 129명의 사망자를 낸 라이베리아는 에볼라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국경을 폐쇄했고, 공공집회도 금지했다. 엘렌 존슨 셜리프 라이베리아 대통령은 긴급대책본부를 발족한 뒤 “지인과의 악수나 가벼운 입맞춤도 자제해 달라”고 강조했다.

224명이 목숨을 잃은 시에라리온도 충격에 빠져 있긴 매한가지다. 특히 저명한 에볼라 바이러스 연구자로 ‘국민영웅’으로 존경받아온 오마르 칸 박사도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이 동요하고 있다고 미국 CNN방송이 전했다. 시에라리온 보건 당국은 “칸 박사를 살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나이지리아는 지난주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된 라이베리아 남성이 라고스공항에 입국한 직후 숨지자 라이베리아 등 3개국을 오가는 비행기 운항을 잠정 중단시켰다. 아직 감염 사례가 없는 세네갈도 기니와 맞닿은 국경을 봉쇄했다.

지난 2월 기니의 남부도시 은제레코레에서 에볼라 바이러스로 인한 첫 발병 사례가 보고된 후 4월까지만 해도 사망자가 손에 꼽을 정도에 그치는 등 확산세는 주춤했으나 최근 갑자기 번지고 있다. WHO 관계자는 “각국이 초기대응에 느슨했다”며 “두 달 남짓 사이 확산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이 가팔라졌다”고 말했다.

의료진도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에볼라 공포에 사로잡힌 서아프리카 주민들이 외부 의료진을 불신하며 바깥 세계와 단절하고 있다”며 “주술사를 더 의지하는 탓에 주민들이 서로를 전염시키는 형국”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의료진마저 감염되는 일이 늘고 있다. 환자의 피와 땀, 분비물에 접촉하기만 해도 감염되기 때문이다. WHO는 에볼라 바이러스 감염자 중 의료진 100여명도 포함됐다고 밝혔다.

에볼라 바이러스는 콩고민주공화국의 에볼라강(江)에서 발견한 데서 이름 붙여졌으며, 원숭이나 큰 박쥐 등에 의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증상은 1주일간의 잠복기를 거쳐 오한, 두통, 근육통과 함께 체온이 급격히 올라간다. 특히 호흡기나 위장 등에서 출혈이 나타나 통상 발병 후 8∼9일째 사망한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