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고객과 소통하며 이른바 ‘안티고객’ 끌어안기에 힘을 쏟고 있다. 특정 기업에 대해 무조건적인 비판과 조롱을 일삼는 고객들을 방치할 경우 장기적으로 기업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안티고객 끌어안기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지난 수년간 온라인상에서 네티즌들의 ‘공적’으로 분류돼 온갖 악플과 비방에 시달려 왔다. 제품 가격과 품질, 서비스 등의 문제에 대해 갖가지 비판이 제기됐고, 귀족노조 이미지까지 겹쳐 대표적 밉상기업으로 낙인 찍혔다.
이를 의식한 듯 현대차는 최근 고객들과의 만남을 통해 각종 오해를 해소하는 일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2011년 4월부터 최근까지는 고객을 초청해 강판 차별, 핸들 잠김, 결로·광도 등 현대차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해명하는 ‘이해 그리고 소통’ 행사를 총 32차례나 열었다. 초청 대상은 주로 블로거와 동호회 회원 등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층이었고, 대학교수나 NGO 등도 포함됐다.
이달 초에는 국내에서 판매하는 신형 제네시스가 미국에 판매하는 것과 일부 다르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경기도 화성시 남양연구소에서 자동차 관련 파워블로거, 자동차 동호회원, 일반인 등 40여명을 초청해 신형 제네시스 스몰오버랩 충돌시연회를 열기도 했다.
최근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지나치게 크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삼성그룹은 다양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각종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이미지 제고에 힘쓰고 있다. 삼성은 2010년부터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의 다양한 SNS 채널을 통해 삼성 소식과 입장을 네티즌에게 직접 전달한다. 블로그의 경우 누적방문자 수가 26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다. 2011년부터는 삼성의 CEO를 비롯한 임직원과 각 분야를 대표하는 멘토가 젊은이들을 직접 만나 열정을 전하는 토크 콘서트 ‘열정낙서’를 운영 중이다.
SK그룹 내에서 고객과 접촉이 많은 계열사인 SK텔레콤도 SNS를 기업 홍보에 적극 활용 중이다. SK텔레콤은 페이스북 팬 수만 111만명에 달하고, 공식 블로그는 매월 80만명 이상이 방문한다. SK텔레콤은 이외에도 기업 브랜드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웹툰이나 인포그래픽 등 다양한 ‘소셜형 콘텐츠’도 적극 개발하고 있다.
LG그룹은 최근 고객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제품화에 반영하고 관련 수익을 분배하는 ‘아이디어 플랫폼’ 개설했다. 2012년에는 기존 기업 블로그와 트위터, 페이스북 등 회사가 운영하는 여러 소셜미디어를 한곳으로 통합한 ‘소셜 LG전자’를 오픈하며 소셜마케팅에도 힘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인터넷의 파급력이 확대되면서 반기업적인 소비자의 근거 없는 비방이나 악플의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고객과 직접 만나거나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반기업적인 소비자를 설득하고 포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안티 고객’ 끌어안는 대기업들
입력 2014-07-30 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