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0 재·보궐 선거를 하루 앞둔 시점인데도 여야의 대결은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초접전 양상이다. 여야는 15개 선거구 중 9곳을 각각 접전 지역으로 분류하며 피 말리는 승부를 예고했다. 선거전 초반 야당의 공천잡음 때문에 ‘여당 낙승’이라는 관측도 나왔지만 야권 단일화와 ‘유병언 부실수사’ 등의 변수가 터지며 막판 판세는 안갯속이라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이번 재보선은 새누리당이 비교적 유리한 환경에서 출발했다. 공천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 양상을 드러낸 새정치민주연합의 자충수 때문이다. 야당이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와 집권여당에 대한 불만 여론에 제대로 불을 댕기지 못한 측면도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29일 “여당은 당선 가능성 위주로 공천을 한 반면, 야당은 공천 과정에서 계파별 이익을 챙기려는 듯한 모습을 보여 야권 지지율이 떨어져 나갔다”고 분석했다.
크게 벌어질 듯하던 여야 간 격차가 급격히 좁혀진 가장 큰 이유로는 ‘야권 단일화’가 꼽힌다. 서울 동작을에 이어 수원병과 수원정에서 야권연대가 성사되면서 수도권 중심으로 형성된 여야 간 일대일 구도가 전체 판세를 요동치게 했다. 여기에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시신 ‘늑장 확인’과 뒤이어 쏟아진 각종 의혹 때문에 박근혜정부와 집권여당을 향한 비판 여론이 정점을 찍으며 야당에 유리한 작용을 했다는 것이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선거전 중반까지도 여당이 크게 앞서는 것으로 보였다”며 “야권연대에 이어 유병언 부실수사를 계기로 세월호 책임론이 부각되면서 야당에 다소 유리한 환경이 마련됐다”고 말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유병언 사태’로 보수 성향을 띠는 부동층의 투표 의지가 상당 부분 꺾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부와 여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감 때문”이라고 했다.
‘낙하산 후보’들의 고전과 이와 맞물린 정치 신인들의 예상 밖 선전도 여야 간 초접전 양상의 원인이다. 연고가 없는 지역에 전략공천된 탓에 ‘거물급 정치인’들이 높은 인지도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과거 정치거물을 투입한 재보선 지역에선 일방적으로 선거를 유리하게 끌고 가는 경향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그런 효과를 내지 못했다”며 “무연고 지역에 공천을 하는 바람에 압도적인 지지를 끌어내지 못한 것”이라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거물이라 해도 돌고 돌아 갑자기 떨어진 인물에 대한 반발 심리가 없을 수 없다”고 말했다.
미니총선 급으로 치러지는 재보선이라는 측면에서 여야 간 팽팽한 대결 양상을 보인다는 해석도 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야 지도부의 총력 유세가 연일 이어지는 데다 이와 관련한 언론 보도 역시 이전의 재보선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대선 때처럼 일방적으로 한쪽으로 표심이 몰리지 않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야당의 추격이 거셌지만 여전히 새누리당에 유리한 국면은 깨지지 않았다는 주장도 있다. 30% 안팎의 낮은 투표율을 보이는 재보선 특성 때문이다. 젊은층보다는 보수 성향의 노년층 투표 참여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투표율이 낮은 선거에서는 야당이 안정적인 우세를 상당 기간 끌고 가야 승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김경택 최승욱 기자 ptyx@kmib.co.kr
[7·30 재보선] 與野 자충수·야권 단일화… 유례없는 안갯속 혼전
입력 2014-07-30 03:05